미국, 이란 고사작전 돌입…“7일부터 이란과 거래하면 제재”

입력 2018-08-07 04:00
지난 4월1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은행 앞에 미 달러화를 환전하려는 이란 국민들이 몰려 있다.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한 미국이 그동안 예고했던 대(對)이란 제재를 7일 0시(이하 워싱턴 현지시간)부터 재개한다.

미국은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고 이란은 결사항전을 선언하고 있어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한 원유 수송로 차단, 핵 활동 재개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섰다. 국제사회에서는 중동 정세 불안과 이란 체제 혼란으로 인한 난민 증가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도 미국 제재 재개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2015년 7월 이란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와 ‘이란 핵 합의’를 체결했다. 핵 개발 의혹으로 이란에 가해졌던 초기 제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이 끝난 2016년 1월 중단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합의”라며 지난 5월 8일 핵 합의를 공식 탈퇴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탈퇴 선언과 함께 이란 제재 복원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란과 거래 중인 기업들에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교역 성격에 따라 90일과 180일간의 유예기간을 설정했다. 90일의 1차 유예기간이 끝나는 시점이 바로 7일 0시다.

7일 재개되는 제재 방식은 ‘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금속·석탄·자동차·여객기·금·귀금속·부품 등이 거래 금지 대상이다. 이란이 제재 재개 직전인 5일 프랑스-이탈리아의 항공기 합작회사 ATR로부터 계약한 여객기 20대 가운데 5대를 서둘러 인도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이란에선 최근 ‘금 사재기’로 금값이 폭등했다.

11월 5일 0시부터 가해지는 2차 제재는 이란 국영 석유회사와의 원유·석유제품 거래 금지, 이란 중앙은행 등과 금융거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1차 제재가 이란 산업 전반을 겨냥했다면 2차 제재는 석유 수출과 수출대금의 유입을 막아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제재 예고 이후 이란은 그동안 핵 합의가 허용하는 선에서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을 준비하며 핵 활동을 재개했다. 또한 이란 혁명수비대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자국 화폐인 리알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외환사범을 단속하는 등 버티기에 들어갔다. 이란 중앙은행의 아흐마드 아락치 부총재는 리알화 가치 폭락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지방 도시에서 민생 시위가 벌어졌으나 아직은 체제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현재까지 미국과 이란이 정면충돌을 피하지 않고 있어 대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핵 합의를 유지하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중재가 효과를 거둘 경우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수 있다는 실낱같은 기대감도 있다. 오는 9월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만날 수 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6일 보도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