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광주·부산 등서 상경 참석 “웹하드와 사법부는 공범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라”
민갑룡 경찰청장 현장 찾아
“여성들의 목소리를 계속 묵살한다면 화장실 구멍을 향한 여성들의 송곳은 곧 당신들을 향할 것입니다.”
삭발을 위해 단상에 오른 여성은 잘려나간 머리칼을 바라보며 목이 찢어져라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광장을 채운 시위대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성들의 분노는 폭염보다 뜨거웠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집회에 주최 측 추산 역대 최다인원이 모였다. 시위대는 불법촬영 영상 공유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웹하드 업체를 규탄하며 정부의 엄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홍대 누드모델 몰카 촬영 수사가 편파적이라 주장해온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집회를 열었다. 광주와 대구 부산 등 지방에서도 참가자들이 버스를 대절해 단체 상경했다. 주최 측은 참가인원이 7만명으로 지난달 7일 3차 혜화역 집회의 6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추산을 하지 않아 정확한 인원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기존 구호에 더해 불법촬영 영상 공유를 수익으로 삼는 웹하드 업체를 비판했다. 시위대는 “웹하드와 사법부도 공범이다” “웹하드 유착관계 철저히 수사해 처벌하라” 등을 외치며 정부의 단호한 조치를 요구했다. “자칭 페미(페미니스트) 문재인은 응답하라” “페미 공약 걸어놓고 나 몰라라” 등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날선 구호도 나왔다. 지난 집회 때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재기해”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광화문광장에서 시위가 열린 만큼 행인이 많았지만 직접 충돌은 없었다. 다만 인근 보수단체 집회에 참여한 일부 장·노년 남성들이 무단으로 시위 구역에 침입했다가 주최 측과 경찰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근처에서 남성 ‘유튜버’들이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시도하다 야유를 받았다.
시위대 근처를 지나던 한 40대 여성은 “이런 계기가 필요했다. 직장이든 일상이든 사회 모든 면에서 남자들의 연대가 워낙 공고하기 때문에 여자들도 이런 연대가 필요하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시위대가 저변이나 연대의 폭을 더 넓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위 지역에는 여경들이 평소 광화문 집회보다 높은 비율로 배치됐으며, 집회 참가자들을 위해 여성전용 화장실도 설치됐다. 취임 11일째를 맞은 민갑룡 경찰청장은 비공식 일정으로 집회 현장을 찾았다. 민 청장은 시위 구역에 접근하지 않고 건너편 인도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 게시물을 직접 살피고 담당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폭염보다 뜨거운 ‘여성들의 분노’
입력 2018-08-0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