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갈수록 줄어드는데 60대 20%만 인터넷뱅킹 이용
70대 이상은 단 6%에 불과
생활 환경·소득 수준에 따라 고령층서도 활용도 양극화
금융당국도 대책 마련 부심
국내 대기업 임원을 지내다 퇴직한 이모(63)씨는 주변에서 ‘모바일뱅킹 전도사’로 통한다. 이씨는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은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주로 쓰는 간편송금 앱도 척척 사용한다. 최신형 스마트폰을 구입한 이후로는 공인인증서 대신 지문이나 홍채인증 방식을 주로 쓴다. 이씨는 5일 “간편송금 앱으로 더치페이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친구들이 엄지손가락을 척 올리더라”고 했다.
이씨와 동갑인 김모씨는 2G폰을 사용한다. 김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 이자내역을 뽑아보다 과거 연체이자를 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지난해 추석 연휴(10월 3∼5일) 전에 이자만큼 마이너스통장 잔액을 비워뒀다. 그런데 연휴로 출금일이 한 주 밀리면서 이자 액수가 불어났고, 불어난 이자가 고스란히 연체금이 됐다.
김씨는 은행 지점을 찾아가 “당시 출금일이 한 주 미뤄진 걸 왜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담당 직원은 “문자메시지와 스마트폰 앱으로 출금 지연 사실을 공지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은행 직원이 ‘다른 고객은 별 다른 항의가 없었다. 우리가 대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해 말문이 막혔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빨라질수록 60대 이상 고령층의 ‘금융 양극화’가 짙어지고 있다. 생활환경이나 소득 수준 등에 따라 고령자라도 금융기술 활용도가 천차만별인 현상이 벌어진다. 금융소비자 간 정보격차가 커지는 것이다.
대다수 고령자는 아직 인터넷뱅킹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연령별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은 10명 중 2명(19.9%) 수준이었다. 70대 이상은 6.4%에 불과했다. 30대(91.4%)와 40대(79.7%)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설문조사를 했더니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거래 방식은 ‘영업점 방문’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였다.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긴장감을 느낀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고령층의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낮은 건 단순히 ‘몰라서’만은 아니다. 해킹 등 금융사고가 걱정돼 꺼리는 이들도 많다. 이씨 역시 “큰돈을 보낼 때는 무조건 은행에 직접 간다”고 했다. 그는 “노후를 좌우할 돈이라는 심리적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원과 직접 만나 거래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은행 지점 수는 감소세다. 2012년 말 7698곳이던 국내 은행 지점·출장소는 지난 3월 말 현재 6784곳으로 줄었다. 올해 1분기 금융거래에서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비율(9.5%)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은행들은 점포를 통폐합하거나 아예 무인점포를 만들고 있다. 지방은행 지점 수도 줄고 있어 도농 간 금융격차가 확대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도 시 지역 거주자의 74.1%가 온라인뱅킹 이용 경험이 있는 반면 군 지역 거주자의 이용률은 56.3%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 점포 폐쇄 시엔 인근 우체국 활용 등 ‘대안’을 마련한 후 시행토록 유도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은행권과 ‘은행 지점 폐쇄절차 모범규준’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잘 모르고… 불안하고,‘디지털 금융’에 소외되는 노인들
입력 2018-08-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