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폭탄’ 공중서 쾅 쾅… 마두로, 암살 위기 모면

입력 2018-08-06 04:00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하던 중 상공에서 폭발물이 터지자 경호원들이 방탄 장비를 이용해 마두로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드론을 이용한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신화뉴시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연설 중 드론을 이용한 암살 위협을 받았다고 베네수엘라 당국이 발표했다. 긴급 대피한 마두로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군인 7명이 다쳤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극우세력의 소행으로 보인다면서 배후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지목했다. 자신들이 꾸민 일이라고 주장하는 베네수엘라 내 반정부단체도 등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 도중 상공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대해 “내 앞에서 비행체들이 폭발했다”며 “나를 죽이기 위한 공격”이라고 국영 TV방송에서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소방관 3명은 행사장 근처에 있는 한 아파트 안에서 가스통이 폭발했다며 당국 발표와 엇갈린 진술을 내놓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암살 시도는 베네수엘라 내 극우세력이 저질렀으며, 이들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와 미국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세력과 연계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공격 배후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극우세력에 자금을 댄 사람들이 마이애미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같은 테러 단체와 싸워야 한다”고도 말했다.

콜롬비아 외무부는 “어이없다”며 “마두로 대통령의 의심에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1830년까지 ‘대콜롬비아(Gran Colombia)’라는 한 나라에 속했던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는 현재 좌파·반미와 우파·친미로 나뉘어 갈등을 빚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2015년 불법 이주한 콜롬비아 국민 1000여명을 추방하고 국경을 봉쇄하는 등 콜롬비아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100만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못 이기고 콜롬비아로 이주했다.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과 누적된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경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이 올해 말까지 100만%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정부단체 ‘셔츠를 입은 군인들의 국민운동(National Movement of Soldiers in Shirts)’은 이번 암살 시도가 자신들의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SNS에 성명서를 올리고 “폭발물을 탑재한 드론 2대를 마두로 대통령에게 날렸지만 정부군에게 격추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을 잊고 돈을 벌기 위해 공직을 악용하는 정부를 그대로 두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우리는 굶주린 사람들과 약이 없는 환자들, 가치 없는 화폐, 가르치지 않고 공산주의만을 주입시키는 교육을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