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대형건물 5년새 22.8% 증가

입력 2018-08-05 22:01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Ton of Oil Equivalent·석유환산톤) 이상인 건물은 ‘에너지다소비건물’로 지정돼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국내엔 에너지다소비건물이 4578곳(2016년말 기준) 있고, 이들이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2.9%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다소비건물 지정 제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수와 에너지 사용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5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7년 서울지역 에너지다소비건물 에너지 사용량 순위’에 따르면 서울지역 에너지다소비건물은 2012년 271곳에서 2017년 333곳으로 22.8% 증가했다. 에너지다소비건물 333곳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은 193만3000TOE로 원자력발전소 1기가 한 해 생산하는 에너지인 200만TOE에 육박한다.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서울지역 가정용 전기사용량은 2% 감소했다. 서울시가 추진한 ‘원전하나줄이기사업’ 등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전기사용량은 18.1%나 증가했다. 에너지다소비건물 333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12곳에서 2017년 에너지 사용량이 전년보다 늘어났다.

서울지역 에너지다소비건물 중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은 서울대학교로 지난해 사용량이 5만1688TOE로 조사됐다. 서울대는 2012년 이후 매년 서울지역 에너지 최다사용 시설로 뽑히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4469TOE나 에너지 사용량이 늘었다. 에너지 사용량 2위는 KT목동IDC, 3위는 LG가산디지털센터, 4위는 삼성서울병원, 5위는 서울아산병원 순이었다.

서울시는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에너지소비 증가세에 대한 효과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에 관련 제도 개선 및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관리 권한의 지방 이양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해 사용량 증가에 따른 절약대책 수립, 에너지효율관리자 선임제도 도입 등을 강제하고, 각종 의무사항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도 “현재 정부의 에너지수요관리정책이 실종된 상태”라며 “에너지다소비사업자에 대한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대 구충완 교수는 “에너지다소비사업자 수와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증가하는 원인과 현행 에너지다소비사업자 관리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