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제주도에서 난민 신청한 예멘인 자말씨네 가족 그 후

입력 2018-08-03 00:02
예멘 난민 신청자 자말(43)씨 가족이 제주도에 체류한 지 석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 전 자말 가족 이야기를 취재했던 터라 그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자말 가족에게 거처를 제공했던 하현용(떨기나무공동체) 목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로 그의 근황을 전했습니다.

놀랍게도 자말은 외부와의 소통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외부의 부정적 시선에 스스로 벽을 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동안 환경이 바뀐 건 별로 없습니다. 난민 신청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수많은 신청자 중 난민으로 인정받는 이는 극소수일 겁니다. 무엇이 그의 닫힌 마음을 열게 했을까요. 묵묵히 그들 곁을 지키며 돕고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손길 덕분이 아닐까요.

자말 가족은 다른 예멘 난민 신청자 압둘라 가족과 공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압둘라 가족 역시 자말네처럼 자녀가 5명(딸 1명, 아들 4명)이라고 합니다. 압둘라의 아내는 피난 과정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자말 가족은 압둘라 가족에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가 착한 사마리아인에게서 위로를 받았듯이 말이죠.

자말은 하 목사와 함께 한 팀을 이뤄 제주 곳곳에 흩어진 예멘인들을 만날 계획입니다. 난민 신청자들에 대한 당국의 취업 연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예멘인들은 7월 중순이 지나면서 점점 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적인 문제로 사업주와 갈등을 빚다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 목사는 제주 체류 예멘인들 중 연장자에 속하는 자말이 예멘인과 사업주 간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 목사 본인도 4년간 제주에서 자영업을 했던 경험이 있어 사업주의 애환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하 목사는 “(예멘인과 사업주 사이) 긴급한 소통 창구의 역할과 일상적인 방문을 병행하면서 자말에게도 가족들이 살아갈 페이(급여)를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 목사가 자말을 고용하는 셈이죠.

하 목사를 비롯해 몇몇 교회와 시민단체들은 난민심사 결과 발표 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멘인들은 이때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3∼4년 더 제주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 목사는 “제주에 있던 시간이 먼 타국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들을 만났던 순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