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잇따라 사내벤처를 출범시키고 있다. 미국 구글 등이 도입하기 시작한 실리콘밸리식 사내벤처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투자로 인정받고 있는 데다 사내벤처에 대한 정부 지원도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혁신성장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기업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G유플러스는 2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신사업 모델을 발굴할 사내벤처 1기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최대 다섯 팀을 선발해 1년 동안 신사업 개발에 몰두할 기회를 준다. 사내벤처 운영 기간이 끝나면 최종 평가를 거쳐 서비스 사업화와 분사 여부를 결정한다.
SK하이닉스도 전날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이게러지’에 참여할 임직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사업 아이디어를 받는다. 사내벤처팀이 창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면 SK하이닉스 재입사를 보장한다.
사내벤처는 덩치가 큰 대기업이 발 빠르게 신사업을 모색할 수 있게 돕는 ‘가성비 높은 투자’로 꼽힌다. 스타트업에 비해 의사결정 속도, 과감성이 떨어지는 대기업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사내벤처가 스타트업으로 분사할 경우 본사가 추후 해당 스타트업 지분을 확보하기 쉽고, 분사하지 않으면 본사 내 새로운 사업 모델로 추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내벤처 투자는 인수·합병(M&A) 등과 비교하면 비용 부담도 작다.
정부가 사내벤처 지원을 확대한 것도 사내벤처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5월 대·중소·공기업 22곳을 ‘사내벤처 육성사업’ 운영 기업으로 지정했다. 중기부는 이들 기업의 사내벤처 중 우수 기업을 선정해 예산 등을 지원한다.
신규 사내벤처뿐만 아니라 기존 사내벤처 투자도 늘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발표할 대규모 투자 방안 가운데 하나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규모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랩은 2012년 도입된 뒤 현재까지 34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임직원 창업의 꿈 돕는다”… 대기업들, 사내벤처 잇단 출범
입력 2018-08-0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