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2일 발표한 개혁안은 기무사의 ‘일탈행위’를 차단하고 예방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개혁위는 기무사의 과도한 동향관찰이나 민간인 사찰 등의 행위가 기무사를 운영하는 훈령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민간인 사찰 등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에도 훈령을 기무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개혁위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기무사 부대령이 두루뭉술하게 돼 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새로운 부대령을 만들면서 처벌조항과 단서조항 등을 명확히 삽입해 기무사가 자의적으로 부대령을 해석해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겠다”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또 정보기관이 청와대에 보고하기 위해 만드는 ‘존안자료’도 일절 만들지 말도록 권고했다. 존안자료를 빌미로 한 일탈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의미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대면보고)도 없어질 전망이다. 과거 정권에서 기무사령관이 대통령을 주기적으로 독대보고하면서 기무사가 안하무인식 일탈행위를 거리낌 없이 저질렀다는 판단에서다. 개혁위 관계자는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을 경유하지 않고 대통령을 독대해 보고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새로 신설하는 법령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개혁위는 국방부 장관이나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비리 첩보 등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사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공수사권과 대(對)정부 전복 방지 임무는 폐지하거나 이관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기무사의 대통령 통수보좌 기능은 살려두기로 했다. 개혁위 관계자는 “개혁안은 통수권자의 통수권 약화에 방점을 두고 있지 않다”며 “평소처럼 전국적·상시적으로 장교나 민간인을 들여다보는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전적으로 기무사의 정상적 활동 여부를 대통령의 ‘선의(善意)’에 맡겨두게 되는 셈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무사의 전신은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만들어진 조선경비대 정보처 특별조사과다. 이후 특별조사대와 육군본부 특무대 등을 거쳐 77년 육·해·공군 보안사를 통합한 국군보안사령부로 확대됐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 출신이다. 보안사는 12·12 쿠데타 당시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보안사령관이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하면서 군 안팎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보안사는 90년에 김대중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등 1300명의 재야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윤석양 이병 폭로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때 명칭이 기무사로 변경됐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령관의 계급이 중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되는 등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도 기무사 개혁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보고가 부활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때 벌인 여론조작과 민간인 사찰 등의 행위가 문재인정부에서 낱낱이 드러나며 또다시 개혁의 수술대 위에 오르게 됐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훈령 자의적 해석 여지 없애 ‘일탈행위’ 원천 차단
입력 2018-08-02 18:11 수정 2018-08-02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