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펀드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흥행몰이를 했지만 4개월가량 흐른 시점에서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벤처펀드 출시 당시 850대에 머물던 코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공모형 벤처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성과를 지켜보라고 조언한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코스닥 벤처펀드는 다양한 혜택으로 ‘개미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코스닥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투자금액 중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벤처펀드 출시 당시 금융투자업계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하더라도 펀드에 직접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펀드에 담는 종목과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종목의 결이 다른 데다 벤처기업 투자 특성상 수익시점이 증시와 큰 관계가 없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상반기 수익률은 예상보다 나쁘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 12개의 출시 후 1개월 수익률은 -1.44%에 그쳤다. 설정 후 지난달 31일까지의 각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다. 수익을 낸 펀드는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A’(3.21%)뿐이다.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A’(-11.70%)나 ‘KB코스닥벤처기업소득공제A’(-8.18%) 등은 큰 손실을 봤다.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자 후발주자로 나서려던 한화자산운용은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를 미뤘다.
좋지 않은 성적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코스닥지수의 급락이다. 펀드에 코스닥 종목을 담기 때문에 지수가 빠지면 성과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17일 901.22까지 올랐던 코스닥지수는 6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탔다. 지난달 초 800선 아래로 주저앉은 이후로 좀체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바이오 종목의 약세가 치명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우려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KB자산운용 액티브운용본부 최희은 과장은 “세계 IT 업황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는 데다 바이오 종목들이 대내외 악재에 휩싸이면서 코스닥시장 급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숨통이 트이려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어야 한다. 벤처펀드들은 ‘운용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요건을 맞추기 위해 공모주에 투자를 하는데 기업공개 시장이 침체되면 요건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신주 15% 이상 취득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년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TB자산운용 손석찬 본부장은 “하반기에 대어급 공모주가 나온다면 수익을 회복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는 적어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인 ‘3년’을 기다려봐야 한다고 평가한다. 손 본부장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벤처기업 투자자금 지원 등 정부 정책이 큰 틀에서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위축돼 바로 수익률이 급등하기는 어렵지만 길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코스닥 추락에… ‘마이너스 수익률’ 속 타는 벤처펀드
입력 2018-08-0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