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에어컨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에어컨을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은 데다 국민들이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맞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은 5∼7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25명 발생했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같은 기간 온열질환으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는 5만7534명으로, 지난해 5∼9월의 5만2984명을 훌쩍 넘어섰다.
올여름 역대 최악의 더위에 일본 후생노동성은 6월 “절전보다 열사병 등에 더욱 만전을 기하라”면서 에어컨을 적극 사용하라는 내용의 팸플릿을 배포했다. 정부가 앞장서 절전을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셈이다.
한발 나아가 후생성은 7월부터 생활보호대상자 가구 중 집에 에어컨이 없고, 세대원 중 고령자, 장애인, 어린이,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 에어컨 설치비용을 최대 5만엔(약 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전력업체인 규슈전력은 75세 이상 고령자가 있는 세대에겐 8∼9월 전기료를 10% 깎아준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전기료 누진제의 누진율(최저구간 대비 최고구간)이 1.6배로 한국의 3배보다 낮아 누진제에 따른 국민의 부담 증가가 적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현재 충분한 전력을 확보한 만큼 올여름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아사히신문은 2일 “아베 신조 내각 출범 이후 원전 재가동 및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등에 힘입어 올여름 전력 예비율이 나쁘지 않다”면서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력난을 겪은 이후 절전 습관이 기업과 가정에 정착되면서 여름에도 에어컨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일본 정부는 “에어컨 마음 놓고 켜세요” 권유 중
입력 2018-08-0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