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6… 대법원 시계추, 진보로 기울었다

입력 2018-08-02 18:35 수정 2018-08-02 21:31
신임 대법관들이 2일 김명수 대법원장(뒷줄 맨 왼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대법관. 김지훈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신임 대법관 3인이 2일 취임했다. 신임 대법관들은 안팎에서 불신에 시달리는 현 상황을 의식한 듯 “재판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3명이 취임함에 따라 대법원장을 포함해 전체 14명의 대법관 중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이 8명으로 절반을 넘게 됐다. 사법부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옮겨가는 상징적 장면으로 풀이된다.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은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순수 변호사 출신 대법관이라는 국민 여러분의 관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법원이 어려운 시기에 있다”며 “국민의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문회 당시 여야 의원들로부터 두루 호평을 받았던 이동원(55·17기) 대법관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 대법관은 “국민들은 재판이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사법부를 바라보고 있다”며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법원, 사건 처리에만 급급한 법원이라는 말이 아직도 잦아들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27년 동안 사법부 일원으로 살아온 저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잘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선을 다해 일해 온 법원 구성원들의 마음에는 억울함과 섭섭함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위기를 변화의 힘으로 바꾸어나가자”고 격려했다. 노정희(55·19기) 대법관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겪은 어려움과 품은 소망을 법의 언어로 읽어내기 위해 법에 대한 성찰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이 떠난 자리를 김명수 대법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이 자리를 채우게 되면서 대법원은 상대적으로 진보·개혁적 성향을 띠게 됐다. 특히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의 뇌물 사건은 현재 대법원 3부에서 심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항소심이 마무리되면 함께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이 중대한 만큼 대법원장과 대법관 12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높다. 그 외 양승태 대법원이 일부러 심리를 지연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신일본제철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심리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