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시키라고 압박했다. 이 발언이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죄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일자 백악관은 “지시가 아닌 개인 의견”이라며 급하게 수습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2016년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두고 “세션스 장관은 이 조작된 마녀사냥을 지금 바로 중단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수사를 지휘하는 뮬러 특검을 “완전히 꼬인 사람”이라고 하면서 특검팀에 속한 민주당원 17명에 대해서는 “더러운 일을 하는, 미국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앞장서서 지지한 세션스 장관은 자신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은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폴 매너포트의 재판이 시작된 것과 관련이 깊다는 해석이 나온다.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이 첫 번째로 기소한 인물로 국익에 반하는 공모와 돈세탁, 불법 해외로비 등 18건의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옛 측근들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잇달아 입을 열고 있는 상황에서 매너포트까지 유죄 선고를 받으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진퇴양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이 대통령 탄핵사유 중 하나인 사법방해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이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지녔다는 명백하고 심각한 증거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트윗은 특검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뮬러 특검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트윗이 넓은 의미에서 사법방해 시도로 볼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이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뮬러 특검의 정치적 편향성이 법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는 등 수사를 정면으로 비판했었다.
백악관은 논란이 일자 즉각 진화에 나섰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에게 지시한 게 아니라 대통령 개인의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제이 세큘로도 “대통령이 법무부에 명령을 내리거나 수사 방향을 제시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트럼프 “특검 수사 중단” 美법무 압박 나섰다가…
입력 2018-08-0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