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하반기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채소 고기 과일류 등 가계가 매일 소비하는 먹거리 가격인 ‘밥상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배추와 무, 수박의 도매가격은 평년에 비해 50∼66% 비싸졌다. 배추와 무의 주산지인 강원도 산간의 고랭지가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크게 부진한 탓이다. 고온에 가축 폐사가 속출하면서 축산물 가격도 전월에 비해 3.3% 올랐다. 여기다 지정학적 영향으로 유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날씨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이 얼마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찬바람이 불면서 먹거리 가격이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폭염이 8월 중순까지 이어지면 추석 물가까지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불볕더위와 가뭄으로 작황 부진의 여파가 한 달 이상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 물가 급등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는 이중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식재료비 상승은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고전하는 자영업자들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영세 자영업의 경우 식재료비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기 어렵다. 또한 물가 상승으로 실질구매력이 줄어든 가계가 지갑을 더 닫을 수 있다. 소비 부진이 더 심해져 내수에 찬물을 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0%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 정부가 사실상 관리하는 전기 수도 가스요금 등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이 2분기에 이미 2.2%를 기록했다. 폭염 피해가 큰 농산물의 공급물량 확대 등 수급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생활물가 상승이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확산될 가능성 등 거시 경제적 여파도 면밀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사설] 경기 한파 속 치솟는 ‘폭염 물가’
입력 2018-08-0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