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완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20·두산 베어스)은 올해 프로 입단 2년차를 맞은 영건이다. 짧은 기간 KBO리그 1위를 질주 중인 두산의 필승조로 성장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나설 한국 야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치국은 “제가 사실 대표팀에서 뛰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친구들 연락을 받고서야 발탁 사실을 알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아시안게임 목표는 금메달이다. 대표팀 막내답게 경기장 내외에서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형들과 어울려 성과를 내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단기간 승부에서 경험이 적은 선수의 대표팀 발탁을 두고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선동열 야구 대표팀 감독은 박치국의 연투 능력과 멀티 이닝 소화 능력을 높이 샀다.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0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박치국은 올해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날 기준 리그 투수 중 가장 많은 52경기에 등판했다.
박치국은 총 11차례 연투를 펼치고도 1승 5패 3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23의 안정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구위 역시 꾸준하다.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박치국이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지난 시즌보다 프로와 팀에 적응하면서 올해 성적이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자신감 있게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지다 보면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치국의 보직이 중간 계투인 만큼 최근 들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도 ‘체력 관리’다. 아직 정규시즌이 한창인 데다 대표팀에 발탁돼 아시안게임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는 “등판이 잦고,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체력이 경기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마운드에 자주 오른다고 부담이 큰 것은 아니다. 연투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고자 시즌 전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충실히 했고, 필요할 때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야구공을 잡은 박치국의 야구 입문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야구부 유니폼이 너무 멋있어서 야구를 시작했다”는 게 그가 밝힌 이유다. 솔직하면서도 자신감이 묻어난다.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도 이러한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둑한 배짱을 무기로 상대 타자를 피하지 않고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는 게 인상적이다.
박치국은 “프로에 와서 타자들의 힘이나 컨택 능력이 확실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오로지 승부에만 집중하는 게 잘 던지는 원동력”이라고 강심장의 비결을 전했다. 그의 직구 구속은 시속 140㎞ 중반대로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찌르는 제구를 더해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있다. 성인 무대에서 타자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시즌 동안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
야구에 대한 열정도 누구보다 강하다. 단적인 예로 박치국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2014년 팔꿈치 인대의 50%가 손상되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투수에게 치명타인 큰 부상이었다. 인대접합수술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기에 주변의 만류가 컸다. 그러나 박치국은 겁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오로지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균 6개월에서 1년 이상 재활기간이 필요한 수술이었지만 박치국은 5개월 만에 재활을 끝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활에만 몰두했다. 재활에 필요한 용품을 직접 구매하는 정성도 보였다. 밝은 표정 뒤 감춰진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지금의 박치국을 만들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선동열호 탑승한 당찬 막내 박치국, 당찬 공 뿌린다
입력 2018-08-0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