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 질환자 2355명 ‘역대 최대’… 29명 사망

입력 2018-08-01 21:49 수정 2018-08-01 23:34
서울 낮 기온이 39.6도까지 오르며 기상관측 111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한 1일 폭염을 피하기 위해 경기도 용인 캐리비안베이를 찾은 시민들이 파도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용인=최현규 기자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한 마리가 사육사가 뿌려주는 물줄기로 냉수 마사지를 하고 있는 모습. ·과천=권현구 기자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피해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며 거대한 재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 수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2355명에 달했고, 이 중 29명이 사망했다. 기상청은 이달 중순까지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 온열 질환자 발생이 역대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살인적인 폭염에 가축 폐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행안부에 전날까지 집계된 가축 폐사 피해 규모는 닭 295만4000마리, 오리 15만6000마리, 메추리 2만6000마리, 돼지 1만3000마리 등 314만8000마리에 이른다.

급격히 올라간 수온에 수산업계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앞서 전남 함평의 한 돌돔 양식 어가에서 6만5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서해와 남해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엔 동해의 포항·경주·영덕·울진 연안에도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경북 동해안 표층 수온은 아직 대부분 26∼27도를 기록하고 있으나 일부 해역은 일시적으로 28도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내 양식장은 160여곳으로 강도다리, 전복, 넙치, 돔류 등 2400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날까지는 구체적 피해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지만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데다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강원도 강릉에서 강도다리 치어를 길러 양식장에 납품하는 김모(51)씨는 지난 주말부터 연안 표층 수온이 27도를 넘으면서 치어가 하루 20∼30마리씩 죽는다고 하소연했다.

경북도는 이에 따라 실시간 해양환경 어장정보 시스템 10곳의 수온 정보를 어업인들에게 수시로 제공하고 어업지도선을 이용한 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또 어업인들에게는 양식어류 조기 출하와 용존산소량 수시 점검, 어류 스트레스 최소화, 재해보험 가입 등을 당부했다.

농민들 역시 속이 새까맣게 타고 있다.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 재배 단지인 강원도 강릉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이모(55)씨는 “배추농사 35년 만에 이런 더위와 가뭄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전국 과수농가 곳곳에서는 시듦과 일소(과실 표면 등이 강한 햇빛에 오래 노출돼 화상을 입는 것)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확기를 맞은 자두와 포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폭염이 이어져 속수무책이다. 경북 의성에서 자두를 재배하는 한 농민은 “잎이 다 타서 수확이 어려운 농가가 많다”며 “우박과 저온 피해에 이어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들과 농정·수산 당국은 폭염피해 최소화 대책을 내놓고 행동요령 등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따른 피해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어서 축산·과수농가와 어민들은 가슴만 졸이고 있다.

수원·안동=강희청 김재산 기자, 전국종합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