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폭염, 전국에서 최고기온 경신 중, 횡성 41.0 서울 39.6도…

입력 2018-08-01 18:16 수정 2018-08-01 23:28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서울 기온을 기록한 1일 한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송월동 공식 관측소 내 모니터에 39.6도가 표시된 모습. 국내 대부분 지역이 35도 안팎을 나타내는 빨간색으로 물든 가운데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부 지역 색이 동부에 비해 더 진하다. 흰색 테두리를 한 빨간 원은 각 지역 관측소 위치. 권현구 기자

8월 첫날 서울 최고기온이 39.6도를 기록했다. 1907년 기상관측 시작 이후 111년 만에 나타난 역대 최악의 폭염이다. 유례없는 더위에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탈진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한동안 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강원도 영월(39.9도), 충북 충주(40.0도)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역대 최고기온을 경신했다. 강원도 홍천관측소에서 측정한 이날 최고기온이 41.0도를 기록하면서 국내 공식 최고기온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제까지는 1942년 8월 1일 대구 40.0도가 최고 기록이었다. 동풍 효과로 동해안과 내륙 간의 기온 차이는 컸다. 강원도 횡성 41.3도(비공식), 충남 홍성 41.0도(비공식) 등 내륙 곳곳에서 40도를 넘긴 반면 강원도 속초는 31.7도, 강릉은 33.5도에 그쳤다. 비공식 기록 중에는 경기도 광주 지월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기록된 41.9도가 이날 최고였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밤에도 내려가지 못해 열대야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렇게 열 누적 효과가 계속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져 다음날은 더 더워질 가능성도 높다”고 관측했다.

전력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는 정전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오후 7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도 “전날 밤 전력 사용 급증으로 몇 개 동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오늘도 정전이 우려되니 에어컨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주민 김모(27)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니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다고 하더라”며 “오전부터 가만히 있어도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에어컨을 켜지 말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정전 대란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여름 아파트 정전 건수는 배 넘게 급증했다. 지난달 한 달간 전국 아파트에서 접수된 정전 신고는 모두 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건)보다 111.6% 늘었다. 한전 관계자는 “모두 전력 부하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아파트 자체 설비가 고장 난 경우”라며 “이달 전력사용량이 또 증가하면 노후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전 대란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유례없는 더위에 길거리에서 탈진하거나 실신했다는 사례도 잇따랐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는 이날 오후 3시50분까지 모두 20여건의 열탈진·열실신 신고가 들어왔다. 오후 3시18분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산책하던 58세 여성이 급격한 의식 저하를 보이며 쓰러져 행인이 신고했다. 영등포구의 한 건물 공사장에서 일하는 시공업체 사장 성모(49)씨도 “인부들 모두 수분 부족으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식염포도당정을 하루에도 6개 이상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와 은행도 ‘폭염 난민’들로 붐볐다. 서울 광진구의 한 은행 지점은 에어컨 바람을 쐬러 온 이들로 한때 혼잡해지기도 했다. 이곳 직원 진모(27)씨는 “은행 업무는 보지 않고 반나절 내내 노트북으로 작업만 하다 가는 사람도 있다”며 “오늘은 지점 손님 중 절반이 번호표도 뽑지 않고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마포구의 한 카페로 피서를 갔다는 최모(29)씨는 “카페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이재연 조효석 기자, 대구·예산=최일영 전희진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