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유해 55구 오늘 오전 하와이 도착

입력 2018-08-01 18:13 수정 2018-08-01 21:27
경기도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서 1일 열린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 송환식에서 한·미 의장대가 유해를 운구하고 있다. 미 정부는 타국에서 숨진 장병들을 국가원수급 의전으로 예우하며 본국으로 데려갔다. 뉴시스

한국전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55구가 국가원수급 의전을 받으며 60여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북한의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이 완결된 첫 케이스가 됐다.

미군 유해 송환식은 1일 오후 주한 미7공군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오산기지 내 격납고에서 열렸다. 송환식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등 한·미 관계자 500여명이 참석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추도사에서 “북한과의 인도주의적 협력에 힘입어 7월 27일 55구의 유해가 송환될 수 있었다”며 “우리는 숭고한 희생의 수혜자로서 그들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고 화환을 바친다”고 말했다. 송환식에서는 21발의 조포가 발사됐다. 고인을 기리는 의미로 발사되는 조포는 발수에 따라 격이 달라지는데, 21발은 국가원수급 장례식 때 발사되는 최고의 예우다.

송환식 이후 유해는 각각 개별 차량에 실려 주기장에서 대기하던 2대의 미군 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로 옮겨졌다. 운구는 유엔군과 한국군 의장대가 함께했으며, 미 공군 소속 F-16 전투기 4대가 활주로 상공을 저공비행하며 귀환한 전우를 기렸다. 마지막 운구차량은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연주하는 백파이프 연주자가 직접 인솔했다.

유엔기로 덮인 알루미늄 운구함에 봉환된 유해는 한국시간 2일 오전 미국 하와이주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 정부는 히캄 기지에서 성대한 봉환식을 열 계획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직접 기지에 나와 유해를 맞는다. 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던 펜스 부통령은 추모 행사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전 참전용사의 아들이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게 됐다. 우리는 이들이 미국과 자유를 위해 싸운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유해 송환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3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군 유해 송환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과 개입 덕분”이라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부를 이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유해 송환이 종전선언 및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놓고 대치 국면에 들어가 있는 북·미 간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안정을 저해하고 도발적인 북한의 행동에 맞서 개성공단을 폐쇄한 2016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을 통해 밝혔다. 전날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정부에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한 지 하루 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미국은 또 북한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산=공동취재단,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