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귀 대외경제정책硏 무역통상실장 “美보호무역주의 압박엔 정부보다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이 효과적”

입력 2018-08-02 04:03 수정 2018-08-02 10:25

전문가들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풀 열쇠로 ‘글로벌 기업’을 지목한다. 미국을 상대로 하는 협상력에서 정부보다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움직임이 더 잘 먹힌다는 분석이다. 미국 행정부에 직접적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정부는 기업을 지원하고, 산업체질 변화를 유도하는 ‘서포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실에서 만난 김영귀(사진) 무역통상실장은 “자동차 문제를 예로 들어보면 타격을 직접 받는 것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라며 “이들이 의견을 내는 게 미국의 의사결정시스템을 봤을 때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운을 뗐다. 현대차나 한국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진행 중인 서면검토의견서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김 실장은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그래도 목소리를 내둘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말한 ‘서울클럽’처럼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내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실장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며 “예전에는 개발도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사용했는데 지금은 선진국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동안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김 실장은 “기업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뭘 지원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산업체질 개선도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다만 다른 방향성이 필요하다. 과도한 수출의존도와 수출지역 편중도를 유발한 ‘대기업 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과거와 같은 산업정책은 한계가 보인다”며 “건강한 중소기업을 육성해 수출을 다변화하고 내수 확충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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