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일표 의원, 사법농단 문건에 77차례 등장

입력 2018-08-01 18:33 수정 2018-08-01 21:22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고영한, 김창석, 김신 대법관의 퇴임식이 끝난 후 행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뒤편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휩싸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초상화가 보인다. 뉴시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15년 상고법원 설치 법안 대표 발의자인 홍일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 여당 간사로 유임시키기 위해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과의 ‘거래’를 추진했던 정황이 1일 확인됐다. 당시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홍 의원이 77차례나 등장해 행정처의 국회 로비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짙게 했다.

행정처가 지난달 31일 추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양승태 행정처는 2015년 3월 새누리당의 국회 법사위 간사가 홍 의원에서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이 의원으로 교체되는 것에 위기감을 갖고 교체를 무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당시 행정처는 “간사 변경을 방지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2014년 5월 홍 의원과 이 의원이 1년씩 번갈아 간사를 맡기로 정할 당시에도 이 의원에게 ‘당근’으로 경북도당위원장을 주면서 간사는 맡기지 않을 생각이었다”고 문건에 적시했다. 이어 “20대 총선을 위해 지역구 관리가 절실한 이 의원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 도당위원장을 맡게 함으로써 법사위 간사를 홍 의원이 맡을 수 있도록 한다”고 적었다. 다만 이 의원은 결국 법사위 간사를 맡았다.

‘양승태 행정처’는 대(對)국회 전략 문건들이 작성된 2015∼2016년 상고법원에 반대한 김진태 김도읍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에 접근하기 위한 ‘루트’로 홍 의원을 지목했다. 행정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설득 거점 의원’으로 분류해 “친분이 깊다는 홍 의원 추천으로 접촉”이라고 문건에 썼다.

홍 의원은 2016년 6월 고영한 당시 행정처장과 만찬을 할 예정이었다는 사실도 문건에 언급된다. ‘체크리스트(2016. 6. 15.)’ 문건에는 “[처장님] 6. 21. 홍일표 의원님과의 만찬 관련 준비 자료 보고”라고 돼있다. 당시는 홍 의원이 피고였던 민사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었다. 검찰은 홍 의원이 항소심 관련 로비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당시 행정처는 문건에 “(홍 의원의 상고법원 설치 법안) 대표발의에 감사하며 법안 통과 시 법원이 늘 감사할 것이라는 점을 적절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홍 의원은 “문건에는 제가 ‘소극적이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정처가 원하는 만큼 움직이지는 않았던 걸로 비쳐졌다”고 말했다. 이어 “6월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고 전 처장이 인천에 와 인천시장하고 만찬을 한 적이 있다”며 “시장이 원하는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설치 민원 때문에 식사한 적은 있지만 당시 대법관한테 그런 걸(민사소송 선처) 얘기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문동성 이종선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