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유∼ 기운 나네 살 것 같아”

입력 2018-08-02 00:02
쪽방촌 어르신들이 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초동교회에서 구세군이 마련한 삼계탕을 대접받고 있다. 한국구세군 제공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다는 1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은 빼곡히 들어선 건물이 바람길을 막아서인지 한증막처럼 후덥지근했다. 햇볕이 머리 위로 내리쬐는 정오, 한국구세군(사령관 김필수)은 서울 종로구 초동교회(손성호 목사) 식당에 삼계탕 400그릇을 준비해 쪽방촌 어르신들을 초대했다.

“어유 시원하다, 살 것 같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삼계탕 한 그릇을 코가 빠질 듯 들이켜던 한 어르신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한 손에 닭 뼈를 들고 살을 바르는 할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닭 몸통 속에 들어있는 찹쌀을 숟가락으로 뜨는 할머니도 있었다. 한 그릇을 비워 갈 즈음, 모두가 기력을 보충한 듯 생기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동기(64)씨는 종로구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금은 세공을 했다. 쪽방촌에 사는 지금은 구세군이 대접하는 한 그릇 식사가 고맙다고 한다. 그는 “요즘 너무 더워서 그늘을 찾아 이곳저곳 밖으로만 나돌고 있다”며 “매일 물에 만 밥과 김치만 먹어 허했는데 삼계탕을 먹으니 여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난다”고 말했다. 종종 성경을 읽는다는 그는 “더 바랄 것도 없이 지금처럼 쪽방촌 식구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돈의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이는 500여명. 교회에는 그 절반인 250여명 어르신이 찾아왔다. 남은 150그릇도 모두 쪽방촌 구석구석으로 배달됐다. 중구 남대문 쪽방촌 주민들에게도 400그릇이 배달됐으니 구세군은 이날 800그릇의 삼계탕을 쪽방촌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셈이다.

돈의동쪽방상담소(소장 장경환 구세군 사관)는 폭염을 맞아 쪽방촌 어르신에게 생수 선풍기 대나무자리 모기퇴치제 등 여름나기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샤워실과 세탁실을 갖춘 무더위 쉼터를 개방하고 일자리도 알선하고 있다. 장경환 사관은 “쪽방촌 어르신에게 영양 결핍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들이 건강한 삶을 얻고 예수님 사랑으로 변화돼 사회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게끔 돕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