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의 사자, 투타 핫 펀치

입력 2018-08-01 19:08 수정 2018-08-01 23:40

6월 말까지만 해도 8위로 처졌던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달 6할5푼의 승률로 약진, 5강 싸움에 당당히 끼어들었다. 살인적인 폭염에 다른 구단들이 주춤할 때 유독 삼성 선수들은 힘을 내고 있다. 시즌 초 최약체로 꼽혔던 팀을 변신시킨 원동력 중에는 베테랑들의 솔선하는 자세도 있다.

시라사카 히사시 삼성 트레이닝 코치는 1일 “선수들에게 물을 조금씩 여러 번 마시도록 주문한다. 목욕을 할 때에도 냉탕과 온탕을 자주 오가게끔 한다”고 말했다. 다른 팀보다 혹독한 더위에 맞서온 삼성 트레이닝 파트인 만큼 여름 체력관리 노하우가 축적돼 있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도 “홈구장이 있는 대구가 ‘대프리카’라고 불릴 정도로 더운데, 선수들은 수년간 적응이 잘 돼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폭염 적응도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란 어렵지만, 어느 정도 시사적인 통계는 발견된다. 삼성은 지난달 원정팀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와 포항구장으로 불러들인 11경기에서 8승1무2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15경기를 보면 홈팀 넥센 히어로즈가 5승10패를 기록했다. 원정팀들이 대구에 가면 힘을 못 내고, 선선한 돔구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셈이다.

부상 이탈이 잦던 삼성 외국인 선수들도 올 시즌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팀 아델만-리살베르토 보니야의 ‘원투 펀치’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폭염 속 불펜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아델만은 지난달 4경기에 선발로 나서 27이닝을 소화했다. 4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지며 3실점 이하로 막는 퀄리티스타트 피칭이었다.

5경기에 나선 보니야는 32이닝을 던졌다. 지난 17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만 빼면 모두 6이닝을 넘겼다. 중심타선의 다린 러프는 “2년째지만 대구는 정말 덥다”면서도 연일 맹타를 터뜨린다. 29일엔 KIA를 상대로 3개의 홈런을 쏘아올렸다.

사자군단의 반등을 이끈 결정적 장면은 베테랑들이 만들었다. 삼성 선수들은 지난 21일과 22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박한이가 연속 끝내기 안타를 쳐낸 것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가 22일 경기를 끝내버릴 때 마운드에는 리그 최강의 마무리 정우람이 서 있었다. 박한이는 경기 전 배팅볼 투수를 자처하며 후배들을 북돋아 주고 있다.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과 함께 ‘삼성 왕조’를 이끌었던 셋업맨 권오준도 돌아왔다. 지난 28일 KIA와의 경기에선 9회 삼진쇼를 펼치며 무려 8년 만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투수조 최고참인 권오준은 후배들에게 승리 DNA를 찾자고 강조하는 중이다. 그는 “후배들이 이기는 데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야에서는 김헌곤이 감초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헌곤은 7월 한 달 3경기를 빼고 모두 안타를 쳤다. 삼성 관계자는 “김헌곤은 최형우(KIA)가 떠난 뒤 한동안 주인이 없던 좌익수 자리를 완전히 꿰찼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1일 프로야구 전적>

△KT 3-4 한화 △LG 8-14 두산 △NC 9-5 삼성 △넥센 8-14 SK △롯데 1-8 K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