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으로 상징되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투기과열지구 지정, 각종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묻지마 투기’ 수요는 일정 부분 억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급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기조가 각종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해 있다.
4월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한껏 움츠러들었던 부동산 시장은 6월 말 다주택자 대상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가시화된 시점을 변곡점으로 하반기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7월 주택시장의 반등세 및 양극화 기류는 지난 1년간 부동산 규제 정책의 효과와 한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감정원이 1일 공개한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지난달 하락폭을 유지하긴 했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수도권(0.09%→0.11%)과 서울(0.23%→0.32%)은 상승폭이 확대된 반면 지방(-0.12%→-0.13%)은 꾸준히 하락했다.
개발호재와 직주근접, 상대적 저평가 등 수도권 지역 집값이 오를 요인은 여전히 차고 넘친다는 평가가 많다. 투기세와 폭등을 주도했던 강남 지역은 강력한 규제 여파로 거래 자체가 줄어 주춤하고 있지만 강북과 서남권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서울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마포(0.56%), 용산(0.50%), 영등포(0.85%) 등이 전월 대비 상승폭을 넓혔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여의도 통합 개발을 언급하며 이 같은 상승세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이에 더해 보유세 불확실성 등 불안요소가 해소되면서 강남 역시 다시 꿈틀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두 달 넘게 이어지던 하락세를 끊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 대한 매수세 회복의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고점을 새로 찍었고 개포주공, 잠실주공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결국 다주택자 규제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커질수록 스테디셀러인 강남권 대기수요와 강북권 개발호재가 서로 밀고 당기며 서울 집값만 부양하는 형국이다. 7월 전국 주택가격은 0.02% 하락했지만 이는 지방(-0.13%)의 불황에 기인했을 뿐 서울(0.32%)과 수도권(0.11%)은 오히려 올라 양극화만 심화됐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은 2406만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2400만원을 돌파했다. 서울 13개구 아파트 가구당 평균가격이 6억원을 넘겼을 뿐 아니라 서울 전체 가구당 평균가격은 7.7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집값 상승폭이 다시 확대될 경우 규제 일변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잡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건설투자 감소를 촉발하고 경기를 가라앉히는 등 부작용만 양산했다는 여론이 커질 경우 추가 규제에 대한 운신의 폭이 줄어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투기는 일단 잡았지만… 서울·수도권 집값 다시 ‘꿈틀’
입력 2018-08-0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