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국립현충원 못지않은 여야 정치인의 ‘필수코스’가 되고 있다. 불과 며칠 사이 문희상 국회의장,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이해찬 의원이 다녀갔다. 여권 인사들은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지지층의 표심을 다지고, 야권 인사들은 통합 메시지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문 의장은 31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문 의장은 묘역을 돌아나오며 “여야 정치인이 모두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제대로 된 정치가 되려나 보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은 민주당 친노·친문 인사들에게는 이미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다. 친노·친문계 좌장인 이 의원도 지난 28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김경수 경남지사, 권 여사와 오찬을 함께했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 첫 공식 일정이었다. 전당대회 향배가 친노·친문 표심에 달려 있는 만큼 당대표 선거 경쟁자인 송영길 후보도 1일에, 김진표 후보 역시 다음 주에 각각 봉하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노무현정부를 혹평했던 한국당에도 봉하마을은 통합의 상징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지난 30일 첫 대외 행보도 봉하마을 방문이었다. 그는 방명록에 ‘모두 다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는 등 통합의 가치를 강조했다. 당내 일각에선 ‘좌클릭’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방문을 용인하는 분위기다. 당의 2인자인 김성태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당의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고, 그에 걸맞은 행보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두둔했다.
노무현정부 당시 인사들이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면서 봉하마을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은 앞으로도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親盧 인사들 뜨자 필수코스 된 봉하마을
입력 2018-08-0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