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산업생산이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4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통상분쟁 우려가 겹치면서 빚어진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가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고 31일 밝혔다. 반도체가 전월 대비 11.2% 증가했지만 자동차(-7.3%)와 화학제품(-3.6%) 등 다른 주력 제조업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업 투자는 악화일로다. 지난달 설비투자지수는 5월보다 5.9% 떨어졌다. 지난 3월부터 계속 하락세다. 설비투자지수가 4개월 연속 감소하기는 2000년 9∼12월 이후 17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외환위기 여파로 설비투자심리가 나빴었다.
경기를 판단하는 기업의 시각은 어둡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의 산업 업황BSI는 75로 전월(80)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BSI가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많음을 의미한다. 특히 하락폭이 크다. 2015년 6월 7포인트 떨어진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당시는 메르스 사태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었다. 향후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600대 기업의 8월 BSI는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미국에서 시작한 통상 분쟁이 한국 경제를 옥죄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미국은 수입산 자동차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상반기에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상황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외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며 “이를 관리하며 대내적으로 민생 개선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이동훈 선임기자
계속 울리는 한국 경제 경고음, 설비투자 4개월 연속 감소
입력 2018-08-0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