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先 보수 가치 재정립, 後 당 개혁’ 드라이브

입력 2018-08-01 04:04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주택·부동산 국회 국민청원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보수 정체성 논쟁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노무현정부 참모 이력과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일각에서 정체성 논란을 제기하자 “보수 안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다”며 반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등판 직후부터 문재인정부 정책을 ‘국가주의’로 비판하며 각을 세운 김 위원장이 보수 가치 논쟁을 통해 당내 기반을 다진 뒤 공천 시스템 개혁 등 민감한 당내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3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보수도 하나의 보수가 아니라 그 안에 아주 극단적인 흐름들이 있다. 한쪽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성공신화를 굉장히 존중하면서 국가권력이 시장에 개입하는 걸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당내 분위기도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성장 일변도의 철학이 맞는지 의문을 가진 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자신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을 두고 보수 정체성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기존에 우리를 (보수·진보로) 나누는 것을 넘어 새로운 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은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모양인데 저는 ‘국민 분열과 갈등의 상징’으로 노 전 대통령을 기억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거듭 비판했다. 이재오 상임고문도 페이스북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선명해야 한다. 담론의 늪에 빠져서도 안 되고,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며 김 위원장을 향해 훈수를 던졌다. 한국당 내에서 보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추진에 대해 언급하면서 “세목 안에서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는 낮춰 부동산 전체 세(稅) 부담을 같게 하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비판에 그치지 않고 대안까지 제시하며 정책 정당의 면모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보수 가치 재정립과 정책 경쟁을 통해 먼저 온건한 중도·보수를 결집한 뒤 자신이 구상한 당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김병준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한국당이 내놓은 공식 논평 28건을 분석한 결과 15건(53%)이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 정책 등 민생·정책 관련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은 총 20건의 논평을 냈지만 민생·정책 관련 내용은 3건(15%)에 불과했다. 바른미래당은 총 12건의 논평 중 6건(50%)이 민생·정책 관련 내용이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