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선물은 100만원, 농·축·수산물은 10만원, 이상한 정부 정책

입력 2018-08-01 04:02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현장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구축하는 ‘소상공인 페이’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덜 쓰도록 유도하겠다면서 정작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1년 연장했다.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선물할 때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선물가액보다 10배 높아 뒷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일몰하는 신용카드·직불카드 사용금액의 소득공제 적용 기한이 1년 더 늘어난다. 내년에도 총급여의 25%를 초과해 사용한 금액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받는 대상은 더 늘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료도 공제 항목에 추가됐다. 연간 최대 100만원 한도의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를 축소·폐지할 경우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어 현행 제도를 한시적으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반길 일이지만 소상공인 대책과 맞물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하반기 중 구축키로 한 소상공인 페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소상공인 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계좌를 등록해 두면 편의점 등에서 결제할 때 간편하게 계좌의 돈이 인출되는 시스템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결정됐다. 다만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을 줄여야 성공할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개정하는 ‘문화 접대비’도 다른 제도와 충돌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접대비 한도의 20% 수준에서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게 문화 접대비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접대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문화 접대비로 2000만원을 쓸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에서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구입해 선물할 경우 문화 접대비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인정 항목 중 특정 비용이 명시된 것은 미술품이 유일하다. 비용 처리가 되면 법인세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주는 셈이다.

이는 부정청탁금지법과 엇갈린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선물가액이 5만원을 넘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농·축·수산물만 예외로 10만원까지 허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논란이 있어서 당초 더 금액이 컸는데 100만원으로 줄였다”며 “미술품 100만원은 그리 비싼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