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로 다른 방향의 정책을 내놓으면서 현장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구축하는 ‘소상공인 페이’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덜 쓰도록 유도하겠다면서 정작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1년 연장했다.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선물할 때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기로 한 것도 논란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선물가액보다 10배 높아 뒷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올해 일몰하는 신용카드·직불카드 사용금액의 소득공제 적용 기한이 1년 더 늘어난다. 내년에도 총급여의 25%를 초과해 사용한 금액은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받는 대상은 더 늘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료도 공제 항목에 추가됐다. 연간 최대 100만원 한도의 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도를 축소·폐지할 경우 근로자의 세 부담이 늘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어 현행 제도를 한시적으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반길 일이지만 소상공인 대책과 맞물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가 하반기 중 구축키로 한 소상공인 페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소상공인 페이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깔고 계좌를 등록해 두면 편의점 등에서 결제할 때 간편하게 계좌의 돈이 인출되는 시스템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결정됐다. 다만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을 줄여야 성공할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개정하는 ‘문화 접대비’도 다른 제도와 충돌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접대비 한도의 20% 수준에서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게 문화 접대비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접대비를 비용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문화 접대비로 2000만원을 쓸 수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업에서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구입해 선물할 경우 문화 접대비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인정 항목 중 특정 비용이 명시된 것은 미술품이 유일하다. 비용 처리가 되면 법인세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세제 혜택을 주는 셈이다.
이는 부정청탁금지법과 엇갈린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선물가액이 5만원을 넘으면 ‘불법’으로 간주한다. 농·축·수산물만 예외로 10만원까지 허용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논란이 있어서 당초 더 금액이 컸는데 100만원으로 줄였다”며 “미술품 100만원은 그리 비싼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미술품 선물은 100만원, 농·축·수산물은 10만원, 이상한 정부 정책
입력 2018-08-0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