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도 작성

입력 2018-07-31 18:20 수정 2018-07-31 21:52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20대 총선 직후 국회의원들의 가까운 법조인, 주요 이력 및 평판, 사법부에 대한 인식 등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사찰 정황이 뚜렷하지만 ‘김명수 행정처’는 이 문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안철상 행정처장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입장문을 내고 “미공개 문건 파일 196개 추가 공개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과도한 침해를 막기 어려운 파일 3개는 내용을 비공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안 처장이 언급한 3개의 파일 중 주목되는 것은 ‘제20대 국회의원 분석’ 문건이다.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2016년 7월 작성한 60쪽 분량의 의원 분석 문건은 가까운 법조인, 사법부에 대한 인식, 개별 의원의 송사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 행정처는 비공개 결정에 대해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어 관련 법령 등의 저촉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내밀한 정보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문건이 공개될 경우 현 행정처까지 정치적 파장에 휘말리게 될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양승태 행정처 작성 문건에는 상고법원에 비판적인 여야 법사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접촉 루트’로 전직 법관들을 활용한 정황이 나온다. 전직 법관들이 상고법원 추진에 동원됐다면 반대급부로 당시 행정처가 이들에게 ‘전관예우’ 등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현 행정처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전직 법관들의 이름을 비실명화 처리했다.

뒤늦은 문건 공개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양승태 행정처가 지난해 4월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는 1차 진상조사 직후 추가 조사를 우려하면서 대책을 검토한 문건도 이날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향후 상황을 ‘최선’ ‘차선’ ‘차악’ ‘최악’ 등 시나리오별로 분류한 뒤 “향후 개선 방안 논의에 집중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내용이 담겼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문건을 이제야 공개한 현 행정처도 당시 행정처의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