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전직 수뇌부 동시 구속… 공정위 ‘멘붕’

입력 2018-08-01 04:03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동시 구속으로 ‘멘붕’에 빠졌다. 법원은 31일 0시 무렵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에 대해 퇴직 간부의 불법 재취업을 도운 혐의(업무방해)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공정위 한 간부는 31일 “김 전 부위원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상황이라 구속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정 전 위원장은 기각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1981년 공정위가 만들어진 이래 가장 수치스러운 날”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2003년 이남기 전 위원장이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기부하도록 SK그룹 측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구속됐을 때보다 더 당혹스러워한다.

공정위는 두 전직 수뇌부의 구속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고, 현직 간부까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정위는 검찰의 퇴직자 취업비리 수사로 재벌 개혁, 공정거래법 개정 등 현안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한 사무관은 “재벌 개혁이든 대기업 조사든 국민에게 무슨 낯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간판을 떼야 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조직이 흔들리고 있지만 중심을 잡아줘야 할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중국 출장을 떠나 있다. 김 위원장은 30∼31일 중국 경쟁 당국과의 양자협의회에 참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과거의 ‘적폐 공정위’와 자신이 취임한 이후의 공정위를 따로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나 몰라라 한다는 내부 불만이 나온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