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부패와의 전쟁 화장실 혁명 이어 ‘관’과의 전쟁

입력 2018-08-01 04:04

부패와의 전쟁, 화장실 혁명을 진행 중인 중국이 이번에는 매장 풍습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묘지가 국토를 급속히 잠식하자 ‘매장 금지’를 시행하고 관을 무더기 압수해 폐기 처분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장시성의 지방 정부들은 9월부터 매장 방식의 전통 장례 풍습을 전면 금지키로 하고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매장 금지 정책은 6개월 전에 도입됐다. 장시성 지안시는 지난 23일 인터넷 공고를 통해 9월 1일부터 모든 시신을 화장해야 하며, 임의 매장 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장시성 간저우와 지안, 이춘 등에서 지방 관리들이 마을에 들이닥쳐 관들을 압수하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한 노인이 뺏기지 않으려고 관 안에 들어가 버티는 모습과 장비를 동원해 수많은 관을 부수는 장면도 있었다. 한 지방 정부는 지난 4월 화장 정책을 어기고 매장한 묘에서 시신을 파내기도 했다고 SCMP는 전했다. 2014년 정부의 ‘매장 금지’ 정책이 발표되자 안후이성에서 최소 6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 농촌 지역에서는 관을 미리 준비하는 풍습이 남아 있다. 미리 관을 만들어 놓으면 장수하고 행운이 찾아온다는 미신 탓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1개에 5000위안(80만원) 정도인 관을 마련하려고 평생 돈을 모으기도 한다. 20대 주민은 “우리 땅에서 자란 나무로 만들어 사당에 보관한 관은 우리 조부모와 30년 이상 함께했다”고 말했다.

장시성 가오안시는 관을 자발적으로 제출하면 개당 1000∼2500위안(16만∼40만원)의 보상금을 주는 정책을 도입해 5800개 이상을 수거했다. 그러나 관 제작비용과 미신을 상쇄할 만큼 보상금이 많지 않아 수거율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지방 정부 조치는 너무 거칠다”며 정책 숨고르기를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강압적인 방식은 문제지만 장례 문화 개혁은 중국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