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검찰’로 불린다. 홈페이지에 적시된 설립 목적은 이렇다. ‘부당한 공동행위 및 불공정 거래행위를 규제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게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심판과 같다. 심판이 우월적 지위와 규칙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해 자기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반칙이 난무하면서 게임은 엉망진창이 되고 관중은 경기를 외면할 것이다. 30일 밤 구속된 정재찬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을 통해 본 공정위가 딱 그렇다.
공정위의 ‘슈퍼 갑질’은 충격적이다. 정 전 위원장과 김 전 부위원장은 4급 이상 퇴직간부 17명의 특혜성 채용을 알선하는 데 지시 또는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 출신이 한꺼번에 구속된 것은 공정위 37년 역사상 처음이다. 인사부서인 운영지원과는 ‘퇴직자 관리 방안’ 문건을 내부적으로 작성해 4급 이상 퇴직 예정 간부들의 취업 리스트를 작성하고 주요 대기업들을 상대로 이들을 고문 등으로 채용하라고 압박해 왔다고 한다. 행정고시 출신 퇴직자의 경우 2억5000만원 안팎, 비고시 출신은 1억5000만원 안팎으로 연봉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마치 산하 조직을 다루듯 민간 기업들에 직원을 꽂아 넣었다. 실제로 이렇게 입사한 공정위 퇴직자들은 별다른 업무를 맡지 않았고 제대로 출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취업 알선 관행이 운영지원과장→부위원장→위원장으로 차례로 보고됐다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검찰은 공정위와 기업이 ‘불법 취업’과 ‘사건 부당 종결’을 맞바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자신의 자리를 놓고 기업과 검은 거래를 한 것이 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공정위는 기업을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한다. 그런 만큼 엄격하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김상조 위원장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고 반성하는 노력을 더 하겠다”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 관행을 뿌리 뽑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에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철저히 반성하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심판이 될 자격이 있다.
[사설] 산하 조직처럼 기업에 퇴직 간부 꽂아 넣은 공정위
입력 2018-08-0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