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요금제, 중국폰 도입… 내 통신비 이번에는 아낄 수 있을까

입력 2018-08-04 04:01

문재인정부가 통신비 절감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동통신사들은 새로운 데이터 요금제를 내놨고, 해외 로밍요금제도 대대적으로 변화를 줬다. 이통사 간 마케팅 경쟁도 격화됐다. 자급제폰이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진출, 데이터 요금제 출시는 체감할 수 있는 변화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다.

가성비 좋은 중국폰 관건은 사후관리

자급제폰 시장이 열린 건 소비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된다. 그동안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3개 업체만 존재감이 있었다. 과거에도 수차례 외산폰이 국내 시장 진입을 노렸지만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오죽하면 한국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말이 붙을 정도였다.

최근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자급제폰은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직접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외 제조사들은 이통사의 문턱을 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통사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출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브랜드의 제품을 무작정 들여오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사후관리(AS)에 대한 부담도 이통사가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해서 제품 선별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급제폰 활성화로 이통사와 제조사의 연결 고리가 느슨해지면서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중국 샤오미는 최근 한국 시장에 홍미노트5를 공식 출시했다. 가격은 29만9000원이지만 사양은 국내 제품의 50만∼60만원 수준 제품과 비슷하다. 샤오미는 ‘가성비’(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 제품)로 중국, 인도 등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화웨이는 노바 라이트2를 자급제로 내놓을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샤프의 아쿠오스 S3를 최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중국 폭스콘이 생산한 제품이다. 폭스콘은 애플 아이폰 제조업체로 잘 알려졌다. 가격은 39만9300원이지만 사양은 역시 국내 중고가폰에 필적한다.

중국 스마트폰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지형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가격이 싸고 성능도 떨어지는 제품만 있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중국 스마트폰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중저가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샤오미 홍미노트5는 AS를 아이나비에서 맡는다. 아쿠오스S3는 아이나비와 인포마크가 AS를 담당한다. 제조사가 직접 AS를 하지 않는 건 약점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촘촘한 AS망과 비교하면 중국 스마트폰의 AS가 열세인 건 분명하다. 소비자 접점이 많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중국 스마트폰은 온라인에서만 구할 수 있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성비에 열광하는 일부 IT기기 마니아들의 수요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 요금제 상황 보고 가입 판단해야

KT는 5월 말 새 데이터 요금제 ‘데이터온’을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이달 중순 ‘T플랜’으로 맞불을 놨다. 새 요금제의 특징은 6만원 이상 요금제에 10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3만3000원짜리 요금제에는 1GB가량의 데이터를 준다.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2만원 중반대에 1GB를 쓸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 요금제’와 유사한 수준이다.

새 요금제는 가격을 낮추지 않는 대신 데이터양을 대폭 늘렸다. 이미 2년 약정 시 25%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요금제 자체에 추가 할인을 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가족 여러 명을 묶으면 할인을 제공하는 형태로 방향을 잡았다.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가족을 끌어들여 가입자를 늘리겠다는 계산이다.

T플랜은 패밀리와 인피니티 요금제 가입자가 각각 20/40GB의 데이터를 다른 가족과 공유할 수 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패밀리나 인피니티에 가입하고 다른 가족들은 가장 저렴한 스몰에 가입하면 데이터 사용 부담을 덜 수 있다. 4인 가족의 경우 1명이 패밀리, 3명이 스몰에 가입하면 가족 3명은 스몰 기본 데이터 제공량 1.2GB에다 평균 6∼7GB가량을 더 쓸 수 있다. 한 명이 인피니티에 가입했다면 다른 3명은 10GB 이상을 매달 더 쓸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선택할 건 아니다. 데이터를 공유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T플랜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T플랜은 제일 저렴한 요금이 3만3000원이다. 이보다 낮은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면 오히려 통신비가 올라가게 되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KT는 ‘프리미엄 가족결합’을 내놨다. 가족 간 데이터 공유 대신 가족이 가입하면 요금을 25% 추가로 할인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4인 가족이 모두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2∼4번째 가족은 모두 요금을 25% 할인 받는다. 2년 약정할인 25%를 더하면 6만9000원짜리 데이터온 비디오 요금제를 반값인 3만4500원에 사용하는 셈이다. 데이터온 비디오는 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가족 모두가 데이터를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 프리미엄 가족결합의 경우 이용 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KT 유선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고 스마트폰 요금제는 6만5890원 이상을 쓰는 회선이 2개 이상 있어야 한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회선은 최대 5개까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