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사진)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노무현의 책사’였다가 제1 보수야당 수장으로 돌아온 그는 옛 상관이자 정책적 동지에게 헌화했다. 한국당의 노선을 개혁 방향으로 한 발 옮겨 수구보수 이미지를 벗겨 내는 동시에 ‘노무현의 계승자’라 할 수 있는 문재인정부와 영역 다툼을 벌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오후 3시쯤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김용태 사무총장, 홍철호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경남지역 광역·기초단체 의원 등 20여명이 동행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모두 다 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적었다. 지난 25일 국립서울현충원의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에도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우리 사회가 통합을 향해 가야 하고, 힘을 모아 국가를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권양숙 여사와도 30분가량 비공개로 만났다. 그는 “정치적인 얘기는 없었다. 권 여사가 ‘열심히 잘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노 전 대통령 추도일을 제외하고 별도로 봉하마을 묘역을 방문한 것은 2015년 2월 이후 약 3년6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도 “추도식이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이유로 2012년 3주기 행사 때부터 발걸음을 끊었다.
한국당은 이날 참배에 대해 “대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모두 방문했다. 같은 차원으로 봐 달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봉하마을행을 강행한 것은 당 외연 확장, 당의 새로운 가치 전파 등을 노린 다중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특히 현 정부 정책을 국가주의적이라고 연일 비판하는 등 참여정부와 문재인정부 갈라치기에 집중하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그간 수구보수 인상에 치우쳤던 한국당 이미지를 중도 쪽으로 견인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자율과 자유에 초점을 맞춰 한국당의 새 노선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과거 홍준표 체제와 차별되는 모습을 통해 이제는 노 전 대통령 참배도 할 수 있는 유연한 한국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김 위원장이 여권에 대해 ‘당신들 목소리(노선)로 싸울 수 있는 상대는 나’라는 메시지를 던진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시 수장인 김 위원장이 당내 현안보다 ‘자기 정치’에 무게를 둔다는 비판 기류도 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대위원장이면 어디까지나 비대위 일을 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정치적 행보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개혁 과정에서 괜한 소음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노무현 정신을 따르는 인물을 누가, 왜 비대위원장으로 모셨느냐”며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글을 올렸다.
지호일 이형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盧의 책사’ 김병준, 노무현으로 盧의 직계와 맞선다
입력 2018-07-30 18:20 수정 2018-07-30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