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두 번째 세법 개정안의 초점도 결국은 소득재분배였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국정철학에 충실했지만 파이를 키울 성장 관련 제도 개선은 미미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2018년 세법 개정안’은 올해와 비교해 향후 5년간 총 12조6018억원의 세금수입(이하 세수) 감소 결과를 낳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 평균 2조5000억원 규모다.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세수 감소 세법 개정안이다.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최대 요인은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다. EITC는 일정액 이하의 저소득 가구에게 근로소득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의 형태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EITC 지급 대상을 현재 중위소득 50% 이하에서 60∼70%로 확대하고, 85만∼250만원(단독∼맞벌이가구)인 지급액을 150만∼300만원으로 대폭 늘려 저소득층의 소득 확충에 나선다. 미성년 자녀를 둔 저소득 가구에 지급되는 자녀장려금도 내년에 자녀 1인당 최대 20만원 인상되고, 지원 대상 가구에 생계급여 수급자가 포함된다. EITC는 일하는 복지의 기본 틀로서 학계에서도 최저임금보다 부작용이 적은 양호한 제도로 평가한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 수준이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2%에 비해 양호한 만큼 공격적인 재정 투입 여력이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 확대는 한 번 도입하면 걷잡을 수 없게 비용이 증가한다. 게다가 성장률, 주가와 기업 실적 등 모든 경영·경제지표가 올해 하반기 이후 나빠지는 쪽으로 쏠린다.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내년 최대 50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 예산 편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최대 문제는 정부가 새롭게 강조하는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세법 개정 내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세법의 목적은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경제주체들의 행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성장 관련 시설 투자 자산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2분의 1 단축하고, 신성장동력 원천기술 R&D 비용 및 시설투자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나마 원천기술 세액공제는 지난 5월 현장 밀착형 혁신성장 지원 방안에 발표됐었다.
결론적으로 대규모 세수 감소 용인과 소득 형평성 제고에 올인하는 것이 이번 세법 개정안의 두 가지 키워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이 커지자 또 다른 정책 축인 혁신성장을 주창하고 있다. 그러나 올 세법 개정안을 보면 면피성 발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향후 대기업은 물론 중소·중견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적 활동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 의문이다.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북돋을 합리적인 방편은 외면한 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도그마에 풀 베팅한 형국이다.
[사설] 혁신성장 안 보이는 세법개정안
입력 2018-07-31 04:01 수정 2018-07-3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