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와 본격적인 각 세우기에 나섰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국가운영 방식을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하고, 여권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을 쿠데타 시도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여권과의 대결 채비를 본격화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정부의 기업에 대한 원가 공개 압박과 ‘먹방’(먹는 방송) 규제 방안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어리석은 백성도 아닌데 이런 가이드라인까지 정했다는 것 자체가 국가주의적 문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런 국가주의적인 문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KBS 라디오에 출연해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국가가 일일이 먹는 데까지 간섭하고 시장에 개입하느냐”며 “이런 일은 시장이나 공동체가 알아서 하면 될 일이고, 국가는 소득 불균형 해소와 안보, 평화 등 국가가 할 일에 전념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의 정책 노선을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정책 프레임 대결을 펼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해서도 “쿠데타 모의로 보기에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면서 “(당시 기무사가 내렸던) 전망도 다 틀렸다. 아주 질 낮은 위기관리 매뉴얼일 뿐”이라고 문건이 별것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현행범 체포 등의 내용을 근거로 기무사 문건을 쿠데타 기획으로 몰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청와대의 협치 내각 제안에 대해서도 “아주 파격적인 조건이라면 논의해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반면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며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홍준표 전 대표의 ‘자살 미화’ 발언에 대해서도 “제가 말씀드릴 것은 아니다. 어찌됐든 보수건 진보건 간에 정치인은 말을 아름답게 해야 한다”며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다.
한국당 비대위는 이날 산하에 4개 소위원회와 1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배현진 비대위 대변인은 “한국당의 좌표와 가치를 재정립하는 소위(小委), 공직후보자 추천 시스템 개혁 등 당과 정치 전반에 대한 혁신 소위, 투명한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위, 당과 국회의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입법안을 만들기 위한 소위 등 4개 소위를 구성키로 했다. 여성과 청년을 위한 특위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또 다음 달 중순까지 서울과 전국 각지 민생 현장 방문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공천 신청 이력과 전과 등으로 당내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던 김대준 비대위원은 이날 자진 사퇴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문재인정부와 노선투쟁 시작한 김병준, 그런데 당내 문제는?
입력 2018-07-3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