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강력한 국내 선발 투수가 주는 의미는 크다. 외국인 선수가 선발 두 자리를 채우고 국내 투수가 그 뒤를 받치면 3경기 연속 필승카드를 내보낼 수 있다. 10승 이상 보장되는 국내 선발 투수의 계약 총액이 80억원을 넘나드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며 ‘몸값’을 하던 고액 자유계약선수(FA) 3인방이 올 시즌 부진을 거듭하며 팀에 적잖은 고민을 안기고 있다.
먼저 2014년 계약기간 4년 84억원이라는 거액에 이적한 장원준(두산 베어스)은 이후 3시즌 동안 518이닝을 던져 41승을 올렸다. 그 사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3번 진출해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장잘샀(장원준 잘 샀다)’이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FA계약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이번 시즌은 달랐다. 장원준은 시즌 첫 경기였던 3월 25일 7이닝 4실점으로 아쉽게 출발한 후 4월말까지 8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5일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이후 7번의 등판 중 6경기에서 6점 이상 내주는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평균자책점도 10.48까지 치솟았다. 결국 장원준은 지난 25일 2군으로 내려갔다. 장원준은 “중간계투든 패전처리든 어디서든 던지겠다”고 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본업인 선발로 복귀시키기 위해 2군행을 지시했다.
장원준과 함께 80억원대 계약을 맺었던 윤성환(삼성 라이온즈)도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8승을 올려 같은 시기 통합 4연패를 이룬 ‘삼성 왕조’ 에이스로 군림했던 윤성환은 2014년 4년 80억원의 금액에 재계약했다. 2015년 17승을 올린 윤성환은 그해 한국시리즈 직전 불법 도박 구설수에 시달리고도 2016·2017년 총 23승을 올리며 제몫을 충분히 했다.
흔들리지 않던 윤성환은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월 말까지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윤성환은 지난달 1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이닝동안 8점을 내준 뒤 이어진 19일 SK 와이번스전에서도 4이닝 5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되레 8점대까지 올랐다. 지난 8일과 21일 2번의 등판에서 11이닝 동안 단 1실점으로 호투하며 부활하는 듯 했지만 27일엔 1회부터 3점 홈런을 내주며 6실점했다. 현 평균자책점은 7.35다.
4년 95억원의 ‘황금 왼팔’ 차우찬을 바라보는 LG의 시름도 깊다. 지난해 LG에서의 첫 시즌 10승에 3.4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차우찬은 올 시즌 초 부진을 딛고 맹활약하며 평균자책점을 4.76까지 내렸다. 구속도 다시 140㎞ 중후반을 넘나들며 회복의 기미가 보였지만 최근 시즌 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최근 4번의 등판에서 모두 대량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다시 6.17까지 치솟았다. 결국 차우찬은 지난 24일 삼성전 종료 후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고 고백한 뒤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세 선수 모두 올 시즌 활약이 자신에게나 팀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시즌 뒤 다시 FA자격을 얻는 장원준과 윤성환은 이대로는 대박계약이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투수를 제외하면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없는 LG는 가을야구에서 선전하기 위해 차우찬의 활약이 절실하다. 류중일 감독이 “곧 살아나지 않겠냐”며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도 차우찬의 존재가 크기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황금팔 맞아? 아이스된 에이스들
입력 2018-07-30 18:46 수정 2018-07-30 2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