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선교현장을 가다] “성경 공부 위해 1500㎞ 달려왔어요”

입력 2018-07-31 00:01
몽골인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이 지난 25일 몽골 울란바토르 아틀라스호텔에서 열린 베델성서강습회를 찾아와 남상준 루터대 신학과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다.
목회자 등이 수업 내용을 필기하는 모습.
복음이 몽골 초원 구석구석까지 전해졌다. 기독교한국루터회 베델성서연구원(원장 진영석 목사)은 지난 24일부터 사흘간 몽골 울란바토르 외곽의 아틀라스호텔에서 베델성서강습회를 열고 몽골인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36명을 초대했다. 이들 대부분은 나무 뼈대와 가축의 털로 만든 전통 가옥 게르에 가정교회를 세운 이들이었다. 복음을 듣기 위해 300㎞ 넘는 거리를 달려온 이도 많았다.

몽골 인구 300만명 중 절반 가까이는 울란바토르에 산다. 몽골의 면적은 한반도의 7배. 울란바토르 외부는 인구밀도가 낮아 문화와 정보가 전달되기 어렵다. 강습회에 초대된 차강호(62·여)씨는 울란바토르에서 1500㎞ 떨어진 호브드에서 버스를 타고 26시간을 달려왔다. 그는 “오늘 배운 하나님 말씀을 이웃에게 전할 생각에 기쁘다”며 “믿지 않는 이들에게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강습회 첫날 몽골인 목회자들에게는 몽골어로 번역된 베델성서 교재가 배포됐다. 목회자들은 짙은 안개 속에 지구를 들어 올리는 손이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며 “하나님은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고 외쳤다. 베델성서는 성경 핵심 내용을 요약, 그림으로 표현해 이해를 돕는다.

홍경만 루터대 신학과 교수가 “하나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지구의 환경을 책임져야 한다”고 부연 설명을 곁들이자 목회자들은 연필을 분주히 움직였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눈빛을 반짝였고 교육내용이 이해될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종일 먼 거리를 오느라 피곤해 코피를 흘리는 목회자도 있었다.

창세기 5장 1∼2절은 ‘하나님 의도’를 알린다. 베델성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음표를 받아드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 이를 전달한다. 홍 교수는 각 사람에게 서로 다른 높낮이의 음을 부르게 해 조화로운 음을 냈다. 이어 “음표는 조화를 뜻한다”며 “하나님은 인간에게 조화를 경험하도록 의도하셨다”고 설명했다. 질문과 참여가 반복되니 온종일 이뤄지는 수업에도 지루해 하는 이가 없었다.

강습회 둘째 날 오후부터는 남상준 루터대 신학과 교수가 강의했다. 그는 “죄는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시작됐으며 예수님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 땅에 오셨다”며 신약성경의 개요를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강의 마지막 날까지 모두 자리를 지켰다.

이전에는 몽골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하면 사람을 모으기 위해 사례비를 주곤 했다. 하지만 이번 강습회에선 돌아가는 여비만 제공했다. 찾아오는 교통비를 스스로 부담할 정도로 성경공부가 갈급한 이들을 모으기 위해서다.

목회자 외에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농사일로 피부가 검게 그을린 청장년들도 짧은 시간 성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오딘 고로리(44·여)씨는 “1998년 한국인 목사로부터 기독교와 한국어를 배웠다”며 “그분이 2006년 하늘나라로 돌아가신 뒤로 성경을 공부할 기회가 부족했다”고 회고했다.

몽골 목회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시골 교회 목회자와 성도를 위한 재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테를지 국립공원이 위치한 문군 지역에서 백마탄왕자교회 목사로 활동하는 센 하과(65)씨는 “많은 시골 교회 목회자들이 선교를 위해 파송된 후 버려졌다는 느낌에 외로워한다”며 “이들에게 말씀이 전해져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