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폭삭’… 위험천만 여름 도로

입력 2018-07-31 04:00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야탑10교 교각이 기울어지고 아스팔트에 균열이 생겨 있다. 분당경찰서는 전날 오후 10시14분쯤 폭염으로 도로가 내려앉아 다리 아래에 있던 수도배관이 파손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분당경찰서 제공

여름철 집중 호우와 폭염으로 인한 지반침하·포트홀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폭염 탓에 운전자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지반침하·포트홀 현상은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운전자들을 위협하는 요소다.

30일 대전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전지역의 지반침하는 7월에만 3건이 발생했다. 부산의 경우 올해 발생한 18건의 지반침하 사고 중 5건이 이달 들어 발생했다.

지반침하의 가장 큰 원인은 지하에 매설된 하수관로다. 관로작업을 위해 땅을 깊이 팠다가 메우면 땅의 다짐계수가 낮아져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노후 하수관로에서 물이 새 토사가 쓸려 나가거나 우기에 유실되는 토사의 양이 늘어날 경우 지반침하 발생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폭염에 따른 도로의 변형도 지반침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지난 29일 오후 10시14분쯤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야탑10교의 배관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5m에 달하는 교각이 기울어지고 다리 상판 아스팔트 도로 일부에 금이 갔다. 경찰은 폭염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처럼 피해가 속출하자 각 자치단체는 지역별 노후 하수관로를 파악, 지반침하 우려 지역에 대한 긴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는 중앙대로 구간의 공동(空洞) 의심지역 80여곳과 노후 하수관로가 원인인 공동 35곳을 확인해 조치 중이다. 울산시는 1071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노후 하수관로 135㎞를 정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대전시는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847㎞ 중 긴급 보수구간 53㎞를 정비한 뒤 나머지 구간의 작업도 2023년까지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도심에서 발생하는 지반침하 현상은 대부분 노후 하수관로가 원인”이라며 “도심지 내 관로 공사가 잦고 도로가 계속해서 하중을 받아 지반침하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규모는 작지만 포트홀은 지반침하보다 더욱 빈번히 발생하며 운전자를 위협한다. 포트홀은 얼었던 도로가 녹는 해빙기에 주로 발생하지만, 장마·태풍 등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철에는 배수가 잘 되지 않는 곳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포트홀 3만3885개 중 7월에만 6143개가 발생했으며, 충남은 집중호우가 내린 올해 7월 2일 이후 총 1002개의 포트홀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포트홀의 경우 특정 부분에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평택의 한 도로에서 포트홀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50대 여성운전자가 숨지는 등 갑자기 생겨난 포트홀에 달리던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바퀴가 걸리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반침하나 포트홀 모두 예측이 어렵다”며 “방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만큼 이를 발견했을 때는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전국종합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