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국회, 폭염 대응 늦어도 너무 늦다

입력 2018-07-31 04:05
기록적인 무더위로 나라 전체가 열병을 앓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9일까지 온열질환자는 2042명에 달하며 이 중 2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지난해 여름 전체 수준(1574명·사망 11명)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1994년 때(사망 93명)에 버금가는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폭염 일수도 벌써 13일을 넘어섰다. 이번 폭염이 8월 중순까지 계속돼 94년의 최장 기록(31.1일)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더위가 장기화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열차 선로 온도가 달궈지면서 속도를 확 늦춰 운행되고 있는 KTX 열차가 30일에는 선로 이음매 부분이 벌어지는 장애로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이 사고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열차 2대가 각각 10∼28분가량 지연 출발했다. 폭염의 영향으로 선로 이음매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지난 24일에는 폭염으로 경부고속선 천안아산∼오송역 구간에서 KTX 열차가 이틀째 시속 70㎞로 서행 운행했다. 선로 온도가 61.4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29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배관 파열로 교량의 교각에 균열이 발생했다.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여름철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올해 7월의 교통사고가 지난해보다 8%가량 늘어났다.

이처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에너지취약계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부는 27일에야 폭염대책본부를 총력 체제로 전환했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에너지빈곤층 법안,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경쟁적으로 발의된 폭염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신속하고 치밀하게 종합대책을 세워야 하며 국회는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