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잡는 ‘킬러 폭염’, 7월 초 75% 줄었다

입력 2018-07-30 04:00

기록적인 폭염에 ‘여름 불청객’인 모기도 맥을 못 추고 있다. 모기 유충이 자라는 물웅덩이가 말라붙고 수명이 짧아지면서 개체 수가 확연히 줄었다. 기상청은 8월 초에도 극심한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2042명으로 지난해 발생한 총 환자 수를 훌쩍 넘어섰다.

이날 서울시가 설치한 유문등(푸른 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등) 60곳의 채집모기 현황을 보면 7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모기 708마리가 잡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1398마리)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특히 7월 첫째 주 채집된 모기는 158마리로 지난해 623마리에 비해 무려 75%가 줄었다.

일본뇌염을 퍼뜨리는 ‘작은빨간집모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8∼14일 채집된 작은빨간집모기 개체 수는 유문등 1곳당 일평균 8마리로 나타났다. 지난해 28마리보다 71.4% 줄었다. 최근 5년간의 평균치인 45마리를 기준으로 삼으면 82.2%가 줄어든 셈이다.

말라리아 환자 통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매개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2015년 151명, 2016년 162명, 지난해 133명 등 해마다 7월에 환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부터 장기간 잠복기를 거친 환자와 올해 새롭게 모기에 노출된 환자가 더해지는 시기여서다. 그러나 이달 환자는 현재까지 121명으로 지난달 130명보다 적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장마가 짧았고 기온이 높은데다 자외선이 강해 모기가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모기 수가 늘어나려면 16∼20도의 일정한 온도와 적당한 습도가 필요하다”며 “30도가 넘는 더위에는 모기가 거의 활동하지 못 하고 수명 자체도 짧아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폭염으로 말벌의 활동은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사천과 이달 경북 안동에서 남성 2명이 벌에 쏘여 숨졌다. 당국은 “벌집을 직접 건드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폭염의 기세는 8월에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상하던 제12호 태풍 ‘종다리’는 29일 오후 열대저기압부로 세력이 약화됐다. 30일 강원 영동과 경상, 전남, 제주에 밤까지 비가 내릴 전망이지만 무더위를 물리치기에는 충분치 않다. 기상청은 “서쪽에서부터 대륙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은 이번 주 낮 최고기온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 폭염에 단단히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 여름 온열질환자 수는 29일 기준 2042명으로 지난해 총 환자 수인 1574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11명이었지만 올해는 이달까지 벌써 27명을 기록 중이다. 2011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한 이래 최대치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 절반이 8월 초·중순에 집중적으로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다음 달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