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선택약정 할인폭 확대 등 정부의 통신비 절감 정책 영향도 있지만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통사들은 ‘고가 요금제 가입 유도’를 자구책으로 삼고 있지만 이마저도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차별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진퇴양난에 빠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6∼27일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무선통신 사업의 ARPU가 각각 3만2290원, 3만2721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효과가 크지 않았던 지난해 3분기 두 업체의 ARPU는 3만5172원, 3만5316원이었다. 약 9개월 만에 이통사가 가입자 한 명당 벌어들이는 수익이 3000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ARPU가 LTE 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전 수준인 2만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늘면서 당분간 ARPU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약정할인 가입자 증가 속도가 줄고 있어 내년 초에는 하락세가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통 3사는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업셀링’ 전략으로 ARPU 하락에 맞서왔다.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 멤버십이나 부가 서비스 혜택을 몰아주거나 대리점에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도록 장려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기본 제공 데이터양을 대폭 늘린 신규 요금제를 출시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월 6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100GB를 주는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기존 요금제는 월 6만6000원에 기본 데이터 10∼11GB를 제공해 왔다. 약 3000원만 더 내면 기존 요금제보다 10배 가까운 데이터를 주는 것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LTE 서비스가 안정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며 “새 요금제가 ARPU 반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소비자단체는 신규 요금제가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차별한다고 비판한다. 늘어난 서비스 여력을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위해서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쓰는 ‘헤비유저’가 데이터 이용을 독점해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의 통신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을 몰아주면 통신요금을 올린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며 “중저가 요금제 혜택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통사들은 내년 데이터 소비량이 많은 5G가 상용화되면 ARPU 증가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5G 단말기 출시 일정이 불투명하고 ‘킬러콘텐츠’가 마땅치 않아 당장 ARPU를 끌어올리긴 힘들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수익성은 악화되고 고가요금제 차별 논란, 진퇴양난 이통사들
입력 2018-07-3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