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카드 만지작… ‘아랍판 나토’ 추진도

입력 2018-07-29 18:40 수정 2018-07-29 21:31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무력충돌 직전의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이란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최근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을 공격한 뒤 미국은 중동의 원유 해상운송로 보호를 위한 군사적 옵션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아랍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협력회의(GCC)의 6개 회원국과 이집트, 요르단과 ‘중동전략동맹(MESA)’이라는 이름의 역내 안보동맹 설립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ESA는 옛 소련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창설한 나토와 유사한 성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10월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이들 국가와 정상회의를 열어 기구 창설 문제를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MESA는 이란의 공격과 테러, 극단주의에 맞서는 방어벽이 돼 중동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탈퇴한 뒤 양국 갈등은 심화되는 가운데 지난 일주일은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양국 지도자가 험악한 말을 주고받았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중동의 원유 해상수송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 와중에 친이란 예멘 반군이 다른 원유 수송통로인 바브알만다브 해협에서 사우디 유조선 2척을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는 바브알만다브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이란은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했지만 실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유조선 공격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순히 엄포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위기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호주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호주 ABC방송은 27일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달 이란의 핵시설 폭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고, 호주와 영국 등도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즉각 부인했지만 이란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를 이끄는 장성들은 잇따라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27일 이란 타스님통신 인터뷰에서 “도박꾼 트럼프, 당신이 전쟁을 시작할지 몰라도 끝내는 건 우리다. 우리는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다음 달 6일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가 본격 부활하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대이란 제재를 부문별로 8월 6일, 11월 5일 두 차례로 나눠 복원시킬 예정이다. 전 세계는 이란이 어떤 대응을 할지도 주목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29일 테헤란에서 공관장회의를 주재하며 “미국은 제재에 중독된 나라다. 중독 탓에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고 IRNA통신이 전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