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도화선’ 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씨 28일 별세, 그리운 아들 곁으로 떠나갔다

입력 2018-07-29 19:14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28일 부산 부산진구 시민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 빈소를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민 청장은 방명록에 ‘민주·인권·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글을 남겼다. 뉴시스

31년 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89)씨가 지난 28일 별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애도의 뜻을 표한데 이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검·경 수장들이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씨 빈소가 마련된 부산 범천동 시민장례식장에는 29일 이틀째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빈소를 찾아 “국가 폭력이 개인과 가정을 더 이상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박정기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뜻, 박종철 열사가 꾸었던 민주주의 꿈을 좇아 바른 검찰로 거듭나 수평적 민주주의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방명록에 “평생을 자식 잃은 한으로 살아오셨을 고인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인이 평생 바라셨던 민주·인권·민생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적었다.

오거돈 부산시장과 시 간부, 시민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오 시장은 “자유와 인권이 흐르는 세상, 우리가 이어가겠다”고 추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부디 하늘나라에서 부자가 만나 그간 못다 나눈 이야기 나누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해찬 국회의원도 빈소를 찾았고 특히 박 열사가 고문에 의해 사망한 사실을 밝히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1987년 당시 검사였던 최환 변호사도 빈소를 조용히 다녀간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방명록에 “이 땅의 우리 아들딸들이 고문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게 인권이 보장되고, 정의가 살아 있는 민주화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드님 곁으로 가시어 영면하시옵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전날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박정기 아버님이 그리운 아들, 박종철 열사의 곁으로 돌아가셨다”며 “청천벽력 같은 아들의 비보를 듣는 순간부터 아버님은 아들을 대신해, 때로는 아들 이상으로 민주주의자로 사셨다”고 회고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아버님, 참으로 고단하고 먼 여정이었다”며 “부디 편히 쉬십시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박 열사의 부산 혜광고 1년 선배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님은 종철이의 아버지를 넘어 저희 모두의 아버님이셨다”고 밝혔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은 이날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전날 빈소를 찾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늘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아버님이셨다. 이제 아프게 보냈던 아드님 곁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추모했다.

부산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박씨는 아들인 박 열사가 1987년 1월 경찰의 고문을 받다 사망하자 직장을 그만두고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를 통해 ‘고문 없는 세상, 민주주의와 인권이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여생을 바쳤다.

유족으로는 아내 정차순 여사와 아들 종부씨, 딸 은숙씨 등이 있다. 발인은 31일, 장지는 박 열사가 잠들어 있는 경기도 남양주 마석모란공원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박세환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