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부근의 서아프리카 국가 코트디부아르는 1년 내내 강우량과 습도가 일정하다.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 열매가 자라기엔 최적의 기후다. 이 때문에 코트디부아르산 카카오는 이웃 나라 가나의 카카오와 함께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높은 품질의 카카오 열매가 주요 수출품으로 떠오르면서 코트디부아르 전역이 카카오 농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코트디부아르의 열대우림 면적은 1960년에 비해 20%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황폐해졌다. 농부들은 국립공원과 보호구역까지 손을 뻗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이 노동 착취다. 이들 국가의 농부들은 하루 평균 수입이 2달러에 못 미칠 정도로 가난하다. 때문에 아이들까지 농장 일로 내모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은 무거운 칼이나 전기톱을 들고 높은 나무를 오르내리며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초콜릿 맛은커녕 카카오가 초콜릿 원료라는 사실도 모른다.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농장 아이들의 노동 착취 실태는 90년대 후반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어린이 착취를 없애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그 결과 네슬레 등 다국적 회사는 국제카카오계획(ICI)과 함께 아동노동감시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어린이 40만명을 중노동에서 해방시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업들의 노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보이스네트워크의 보고서 ‘카카오 바로미터’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에서만 여전히 어린이 210만여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최근 기금으로 코코아 농장을 없애고 삼림을 되살리기로 했다. 10년 안에 국토의 20%를 녹지화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문제는 돈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지난 5월 초콜릿 제조업체들에 11억 달러(약 1조2326억원) 규모의 기금 모금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카카오 재배로 황폐해진 산림 복원과 어린이 착취를 막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트디부아르 등 카카오 주요 생산국과 유럽의회가 산림 훼손 등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콜릿 최대 소비자인 유럽도 문제 해결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초 산림 개간을 위해선 입법이 필요하다는 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코트디부아르 아동 210만명 ‘피멍’… 카카오 농장서 종일 중노동
입력 2018-07-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