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이용 폐용적축소술, 폐기종 환자에 희망

입력 2018-07-31 04:00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왼쪽 두 번째)팀이 폐기종에 의한 중증 호흡곤란을 해결하기 위해 일방향 기관지 내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기관지에 특수 밸브를 삽입해 들이마신 공기가 잘 빠져나가도록 도와주는 밸브 폐용적축소술. 아래는 시술 전(왼쪽)과 후의 모습.
폐기종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새 치료법이 등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2월부터 재료 비용의 50%를 환자본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건강보험급여를 인정한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이세원 교수팀은 2013년부터 최근 5년여 동안 극심한 호흡곤란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 70여 명을 대상으로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을 시행해 거의 모두 호흡기능과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30일 밝혔다.

COPD는 폐기종으로 허파꽈리가 망가져 탄성을 잃고 공기를 받아들이기만 할 뿐 내보내지 못해 폐가 점점 커지는 병이다.

일방향 밸브 폐용적축소술은 기관지내시경을 이용해 한 방향으로만 공기가 흐르도록 고안된 특수 밸브를 기관지에 삽입, 병적으로 커진 폐 크기를 줄여준다. 보통 환자 1명 당 밸브 2∼3개가 필요하다. 시술은 밸브 삽입부위 탐색 시간을 포함해 1시간 정도 걸린다.

조사 결과 COPD 환자들은 밸브 삽입 시술 후 폐기능이 배 이상 좋아져 6분간 최대 보행 거리가 적게는 1.2배에서 많게는 4.6배까지 늘어날 만큼 삶의 질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또 밸브를 장착한 후 불필요하게 축 늘어져 있던 폐 용적이 줄고 기도가 넓어지면서 숨쉬기가 한결 편해졌다.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도 혼자 산책을 할 수 있게 됐고 머리감기는 물론 양치질까지 가능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다만 폐기종으로 호흡곤란이 심하면서 폐가 병적으로 팽창돼 있는 COPD 환자와 기흉으로 폐가 계속 공기에 노출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어 시술에 제한이 따르는 게 흠”이라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