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가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할 당시 재판 거래 정황을 직접 경험했다고 26일 밝혔다. 직접 담당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판결’을 주요 근거로 꼽았다. 전교조 판결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재판 거래 대상으로 검토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모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내가 검토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판결은 다른 사건들과 다르게 진행됐었다”며 “파기만을 전제로 한 법리검토, 상식에 벗어난 무리한 요구를 들어서까지 대법관님이 고집을 부려 몇 차례나 보고를 해야 했다”고 썼다. 이어 “결국 처음의 비상식적인 요구는 막았지만 대법관님은 해당 근거 법률조항(교원노조법)에 대한 헌재 합헌 결정 직후 기어이 사건을 파기했다”고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가 언급한 ‘대법관님’은 사건 주심 대법관이었던 고영한 대법관으로 보인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처분 통보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냈으나 1심은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교조는 항소했고 동시에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항소심은 집행정지를 인용해 항소심 판결 전까지 노동부가 후속 조치를 할 수 없게 했다. 항소심은 전교조의 교원노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받아들였다.
재판거래 정황은 법외노조 효력 집행정지에 대한 노동부의 재항고 과정에서 나온다. 2015년 행정처는 “청와대가 이 사건을 사법 최대 현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노동부 재항고 인용 시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법원은 헌재가 2015년 5월 교원노조법에 대해 합헌 판단을 하자마자 노동부의 재항고를 인용했다.
이 부장판사는 다른 재판 거래 정황도 폭로했다. 그는 “강제노동자 국가보상금 청구 사건이 들어와 ‘미쓰비시 사건’(강제노동자 배상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판시를 인용했다”며 “난데없이 선임연구관이 ‘판결 이유가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 미쓰비시 사건을 재검토해야 해 파기환송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행정처는 2013년 9월 한·일 관계를 우려한 외교부의 요청에 따라 미쓰비시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최대한 지연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문건을 작성했다. 그 대가로 ‘판사들의 해외 공관 파견’ 등을 요구하려 한 정황이 문건에 담겨 있다고 한다. 문건 내용대로 이 사건은 대법원에 5년째 계류 중이다. 검찰은 당시 재판 담당자들을 소환해 경위 파악하고 있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410개 문서파일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228건을 조만간 공개하기로 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
현직 판사 ‘재판 거래 정황 경험’ 폭로
입력 2018-07-26 21:44 수정 2018-07-26 2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