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美대사관 지척서 ‘쾅’… 中 20대 사제 폭탄 터뜨려

입력 2018-07-27 04:03
중국 경찰과 공안이 26일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앞에 모여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공안은 이날 오후 미국대사관 부근에서 폭발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한 뒤 출동해 네이멍구 출신 20대 남성을 체포했다. 폭발물 잔해로 보이는 물체도 대사관 건물 남동쪽에서 발견됐다. AP뉴시스

20대 중국 남성이 중국 주재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폭발물을 터뜨려 1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국 경찰과 미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1시쯤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단지 바로 앞에서 큰 폭발음이 발생했다. 폭발 현장은 미국대사관 외벽에서 1m가량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중국 경찰은 장씨 성을 가진 네이멍구 출신 26세 남성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직접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발물을 터뜨렸다.

한 목격자는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 댓글에 “한 남성이 미국대사관 비자센터 문 앞에서 화약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가 담긴 음료수병을 들고 있었다”며 “그는 ‘피하라’고 소리질렀고 직후 병이 폭발했다. 이 남성은 그 자리에서 화상을 입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그가 대사관 건물을 향해 폭발물을 던지려 했다고 말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남성은 손 부위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폭발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대사관 측은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폭탄(bomb)’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베이징 공안 당국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듯 웨이보 공지에서 ‘폭죽(爆竹)’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작은 사제 폭탄(small homemade bomb)’이라고 표현했다. BBC 등 외신들은 목격자를 인용해 “폭발음이 천둥이 치는 소리 같았다”고 전했다.

사고 직후 중국 웨이보 등 SNS에는 현장 사진과 동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거리가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인 가운데 공안이 대사관 인근을 통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단발성 치안 사건일 뿐”이라며 “중국 경찰은 신속하고 적절히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도 언급을 회피했다. 일각에선 최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중 양국 분위기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오전 11시쯤 한 여성이 미국대사관 근처에서 자기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을 시도하려다 연행됐다는 목격자 증언도 있었으나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