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켓 영웅’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 유력

입력 2018-07-27 04:03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민이 26일(현지시간) 한 상점에서 임란 칸 파키스탄정의당(PTI) 총재의 총선 승리 선언을 TV로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파키스탄 크리켓 국가대표 출신인 임란 칸(66)이 이끄는 제2야당 파키스탄정의당(PTI)이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했다. 다른 야당과의 연정을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칸은 파키스탄을 이끌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칸은 26일 오후 TV를 통해 총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연설에서 “새로운 정부는 정치적 희생을 시키지 않는 첫 정부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파키스탄을 약속했다.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칸이 이끄는 PTI가 연방 하원 272석(여성·소수종교 할당석 제외) 가운데 119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당인 파키스탄무슬림당(PML-N)은 61석, 제1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은 4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에선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부패를 앞세운 PTI가 젊은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이번에 압승을 거뒀다. 다만 PTI의 과반 확보가 불발된 만큼 PPP 등 다른 정당과의 연정 추진이 유력하다.

칸은 1952년 펀자브주 출신으로 13세 때 영연방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크리켓을 시작해 24세에 국가대표가 됐다. 92년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파키스탄의 역대 유일한 월드컵 우승을 이끌며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96년 중도보수 성향의 PTI를 창당했으나 다음해 총선에서 하원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가 원내에 진입한 것은 2002년 총선에서였다. 이때부터 반부패 이미지를 앞세웠던 그는 2013년 총선에서 PTI가 35석을 확보해 제2야당으로 부상하면서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반부패, 개혁 등을 앞세웠지만 약점도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우호적이며, 인도에 적대적인 군부와 밀착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칸이 총리가 된 후 지역정세 변화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