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식(58)씨는 1982년부터 보증금이 없는 월 26만원짜리 212호 쪽방에 살고 있다. 7년 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면서 술 담배를 끊었다. 충남 서천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노숙생활을 하다가 쪽방에 들어오면서 막노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건강이 안 좋아 가끔씩 잡일을 한다.
“아유, 그렇게 바쁘신 목사님이 오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유. 세계 최대의 큰 교회 목사님이 오신다니까 더더욱 좋지유.” 이영훈 목사의 심방을 앞둔 임씨의 얼굴엔 설렘이 엿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임씨는 “1시간에 한 번씩 등목을 한다”면서 “정말 참을 수 없을 땐 근처 무더위쉼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1층에서 담배냄새가 올라왔다. 소주와 화장실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목사가 도착하자 임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풍기를 가져온 이 목사는 “당뇨와 결핵을 앓는 임씨가 더운 여름 영육 간에 강건하고 승리하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 목사는 매달 임씨에게 월세를 지원하고 있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다음 심방장소인 정창식(60)씨의 쪽방을 찾았다. 14년째 이곳에 거주하는 정씨는 쪽방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정씨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도하고 선풍기를 건넸다.
정씨는 “이번이 두 번째 심방인데, 지난해 처음 오신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노숙인들이 많은데 술과 담배, 싸움에 익숙한 그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계속 전도하겠다”며 웃었다.
이 목사는 “아무리 바빠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성도들의 심방만큼은 꼭 챙기고 있다”면서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말씀대로 교회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아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 소속 이대영 사회복지사는 “주변 교회에서 자주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지만 대형교회 목사님이 심방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폭염 속 주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교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대한구세군유지재단이 운영하는 남대문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남대문로5가 근처에는 868개의 쪽방이 있다. 남성 657명, 여성 83명이 거주한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