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복지사각지대 놓인 분들 찾아가는 데 힘쓰겠다”

입력 2018-07-27 00:00 수정 2018-07-27 10:25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운데)가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정창식씨(오른쪽)를 찾아 심방예배를 드린 뒤 축도하고 있다.

2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외부 온도는 37도였지만 가로 1.8m, 세로 1m의 쪽방은 39도까지 치솟았다. 회현119안전센터는 바람도 통하지 않는 쪽방 거주자를 위해 주변도로에 물을 뿌렸다.

임준식(58)씨는 1982년부터 보증금이 없는 월 26만원짜리 212호 쪽방에 살고 있다. 7년 전부터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면서 술 담배를 끊었다. 충남 서천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상경해 노숙생활을 하다가 쪽방에 들어오면서 막노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건강이 안 좋아 가끔씩 잡일을 한다.

“아유, 그렇게 바쁘신 목사님이 오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유. 세계 최대의 큰 교회 목사님이 오신다니까 더더욱 좋지유.” 이영훈 목사의 심방을 앞둔 임씨의 얼굴엔 설렘이 엿보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임씨는 “1시간에 한 번씩 등목을 한다”면서 “정말 참을 수 없을 땐 근처 무더위쉼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1층에서 담배냄새가 올라왔다. 소주와 화장실 냄새가 섞인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

이 목사가 도착하자 임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풍기를 가져온 이 목사는 “당뇨와 결핵을 앓는 임씨가 더운 여름 영육 간에 강건하고 승리하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이 목사는 매달 임씨에게 월세를 지원하고 있다.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 다음 심방장소인 정창식(60)씨의 쪽방을 찾았다. 14년째 이곳에 거주하는 정씨는 쪽방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정씨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도하고 선풍기를 건넸다.

정씨는 “이번이 두 번째 심방인데, 지난해 처음 오신다고 했을 때 무척 놀랐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노숙인들이 많은데 술과 담배, 싸움에 익숙한 그들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계속 전도하겠다”며 웃었다.

이 목사는 “아무리 바빠도 가장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는 성도들의 심방만큼은 꼭 챙기고 있다”면서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말씀대로 교회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찾아가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립 남대문쪽방상담소 소속 이대영 사회복지사는 “주변 교회에서 자주 이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지만 대형교회 목사님이 심방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 “폭염 속 주민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교회가 더욱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대한구세군유지재단이 운영하는 남대문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남대문로5가 근처에는 868개의 쪽방이 있다. 남성 657명, 여성 83명이 거주한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