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무역전쟁 전면전 직전 “휴전”… 파국은 면했다

입력 2018-07-27 04: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은 회담을 하고 당분간 상대국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중단하는 등 무역갈등 해결에 힘쓰겠다고 합의했다. AP뉴시스

당분간 보복관세 중단 관세장벽 철폐 협상키로

트럼프 “예상 밖 돌파구” 불구 車관세 취소 명시 안해
EU “대두·LNG 추가 구입”… 협상 부진 땐 ‘전쟁’ 재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전쟁이 잠시 휴전 상태를 맞게 됐다.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벌이던 양측은 당분간 보복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관세장벽 철폐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또 EU는 미국산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상품을 추가 구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번 무역전쟁의 완전한 종식은 아직 멀었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회담을 한 뒤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은 협상 중에는 이번 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보복관세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융커 위원장은 “미국산 LNG 수입을 위해 터미널을 증설할 것”이라며 “농업 분야에서는 미국산 대두를 더 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트럼프 행정부가 EU산 금속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1일자로 EU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전격 부과한 바 있다. 그러자 EU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인 청바지,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등 품목에 곧바로 보복관세를 매겼다. 이에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이 EU산 자동차에 20% 관세를 받겠다고 위협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위원장의 막판 합의로 미국과 EU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자동차 관세 부과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과 EU가 협상하는 동안에는 서로 추가 관세를 매기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 부과는 사실상 유예됐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했다면 EU 역시 대규모 관세보복으로 맞서면서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종료 후 융커 위원장과의 친밀함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융커 위원장과 뺨을 맞추는 사진을 공개하며 “융커 위원장이 대표하는 EU와 내가 대표하는 미국은 분명히 서로 사랑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두 사람 모두 무(無)관세, 무장벽, 무보조금을 신봉한다”면서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돌파구가 신속하게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미국과 EU의 관세철폐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다면 무역전쟁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한 협상 스타일을 감안할 때, 이번 합의가 진짜 휴전협정인지 아니면 단순한 소강 국면인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협상을 대비해 자동차 관세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서 치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