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최정 야구판 혼돈… AG대표팀 ‘울상’ SK는 ‘반전의 GO’

입력 2018-07-27 04:04
사진=뉴시스

“등, 어깨, 옆구리…. 어디 할 것 없이 크고 작은 멍으로 가득하더라고요.” 최근 최정(SK 와이번스)의 유니폼 벗은 몸을 봤다는 SK 관계자는 26일 “성한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2시즌 연속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홈런왕인 최정을 만나는 투수들은 몸쪽 위협구를 많이 구사한다. 그렇다고 최정이 홈플레이트에서 멀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결과 최정은 올 시즌 19개의 사구(死球)를 맞아 압도적인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늘상 통증을 안고 뛰는 최정은 본인도 모르게 지친 상태였다. 지난 13일에는 담 증세로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 불참했고, 급기야 지난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왼쪽 허벅지 근육을 다쳤다. 비행기를 타고 급히 방문한 일본 병원에서 판정받은 부상 정도는 ‘그레이드2’였다. SK 관계자는 “선수의 평소 근육 상태 등에 따라 회복 시간이 다르지만, 적어도 3주간은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패닉’에 빠질 상황은 아니다”며 “다른 선수들이 안타를 쳐 주면 된다”고 했다. 힐만 감독의 말처럼 SK는 최정의 이탈에도 타선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26일까지 두산과의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최정 특유의 장타력까지 채워주진 못한다. 최정이 홈런을 친 26경기에서 SK는 18승 8패, 70%의 승률을 기록 중이었다. 승리 공식에 길들여진 SK 팬들은 팀을 ‘최정 와이번스’라고 부를 정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전승 금메달을 노리는 야구 국가대표팀도 최정의 공백이 달갑지 않다. 별다른 경합이 없었던 3루수 자리였던 만큼, 최정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얼른 떠오르지도 않는다. 선동열 대표팀 감독은 “최정의 진단 결과와 치료 경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교체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힐만 감독은 “아시안게임 전까지 최정이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로 한 것도 결국 복귀 시점을 앞당기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최정이 부상을 털고 돌아오더라도 실전 타격감을 찾는 시간은 필요하다.

최정은 잠시 홈런왕 경쟁에서 비켜서야 한다. 올 시즌 31개의 대포를 쏘아올린 그는 김재환(두산)과 함께 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30개였던 제이미 로맥(SK)이 26일 비거리 140m의 초대형 홈런으로 공동 선두에 합류했다. 이날 한동민(SK), 박병호(이상 25개·넥센 히어로즈)도 홈런을 추가하며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최정은 평소 “홈런왕에는 큰 욕심이 없다”는 뜻을 주변에 자주 피력했다고 한다. 다만 부상 뒤 올 시즌 40홈런 달성의 가능성이 옅어진 데 대해서는 안타까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정은 2016년 40홈런, 지난해 46홈런을 기록했다. KBO 리그에서 3년 연속 40홈런을 친 타자는 그동안 아무도 없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26일 프로야구 전적>

△삼성 5-7 LG △두산 3-8 SK △NC 1-13 롯데 △KT 7-4 넥센 △KIA 3-6 한화